컨벤션 효과 꺾어버린 '신지예 효과'…51일만에 만난 이낙연과 이재명
선거판 뒤집은 7글자 메시지…'역풍' 부른 김건희 통화 방송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제1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간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며 엎치락뒤치락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오는 3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까지 포함한 4자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온국민의 이목이 후보들의 입에 쏠려있다.

본보는 정확히 5주(35일) 남은 제 20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지난 석달간 후보들 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결정적 장면'을 5가지 꼽았다. 어느 정도 판세의 향방을 가른 것으로 평가되는 장면들을 위주로 선정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컨벤션 효과 꺾어버린 '신지예 효과'

2021년 11월 5일 제1야당의 대선후보 선출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려왔던 윤석열 후보의 기세가 꺾인 것은, 한달 반이 지난 12월 20일 윤 후보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추천을 받아 신지예 당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부터다.

신지예 대표의 영입을 계기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반발 등 선대위 내분이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고, 이로 인한 기존 보수 지지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결과를 낳았다.

막바지에 신 대표 영입을 철회하고 신 대표 또한 수석부위원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2021년 12월을 가장 크게 달구었던 사건이었다.

   
▲ (사진 왼쪽부터)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 신지예 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1일만에 만난 이낙연과 이재명

국민의힘이 신지예 영입으로 내홍을 겪고 있던 12월 23일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오찬 회동을 가졌다.

경선 종료 후 지난 10월 24일 인사동 찻집 회동, 11월 2일 선대위 출범식에 이어 51일만에 만난 것이다.

그간 있어왔던 이 전 대표의 등판설을 확인하면서 향후 선거국면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오찬 회동을 가진지 4일 뒤인 12월 27일 이 전 대표와 이 후보는 첫 공동행보인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비전위) 출범식에서 "민주당이 혁신, 단결해서 희망을 만들고 승리의 역사를 일궈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만남은 민주당 핵심지지층인 전라도 표심의 결집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였다. 사진은 함께 손을 맞잡은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선거판 뒤집은 7글자 메시지

선대위 내분을 봉합하고도 지지율 싸움에서 크게 뒤져있던 윤석열 후보가 반전의 계기를 꾀한 일이 일어났다. 제 20대 대선판에서 가장 참신하고 충격을 준 단문 메시지다.

1월 7일 오후 5시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언반구 다른 부가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만을 올렸다.

악플과 환영한다는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우후죽순 퍼져나갔다.

이를 통해 윤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2030 세대 표심에서 더 우위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높다. 표 응집력이 거의 없다는 여성에 비해 2030 남성들이 윤 후보에게로 결집하게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날을 계기로 2030 표심에서 수위에 올라가며 자신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후 선거 공약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윤 후보는 단문 메시지를 내세워 홍보하고 나섰고, 이에 맞선 이 후보 또한 사안에 따라 단문 메시지를 채택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단문 메시지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대선까지 35일 남았다는 점에서 더 참신하고 혁명적인 공약이 나올지 주목된다.

   
▲ 윤석열 후보가 1월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7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정국을 뒤흔들었다. /사진=윤석열 후보 공식페이스북 캡처


기업인과 선거운동의 콜라보?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일파만파 정치권을 달군 가운데, 기업부문에서는 1월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SNS에 올린 해시태그 '멸공'이 세간의 화제였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심심찮게 올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비판에 '이분 진짜 #리스팩'이라고 하는 등 정 부회장의 용기가 온국민의 이목을 끈 것이다.

이에 윤 후보는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사진과 함께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이라는 해시태그를 남겼다.

멸공이라는 단어를 받은 일종의 상징적인 비유였다.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밝힌 정 부회장을 응원하기 위해서든, 대기업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일반국민들의 표심을 끌기 위해서든 윤 후보의 이러한 행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주거니 받거니, 한 기업인과 선거운동 상의 합작품으로까지 평가 받는 일이었다. 이전 선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있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2021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역풍' 부른 김건희 통화 방송

1월 16일 오후 8시 20분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의 보도는 당초 보도 취지와 다르게 역풍을 부른 계기였다.

윤 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힌 여러 발언이 공개됐는데, 이것이 오히려 국민의힘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온 것이다.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김 씨와 52차례 통화했는데, 이날 공개된 통화에서 김건희 씨는 여러차례 색다른 면모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이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깼다.

이날 보도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나 사회 현안에 대해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며 "보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여러 사안이나 인물에 대해서 편하게 평가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은 당초 예고했던 이 방송의 후속 보도를 포기했다.

당초 제작 취지와 다르게 이 후보에게 불리하고 윤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역풍이 불어서 사실상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맺으며

주관적인 기준으로 꼽긴 했지만 위 5가지 결정적인 장면이 그간의 지지율 추이에 큰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다만 아직 대선 당일은 본 선거운동기간까지 13일 남았을 정도로 시간이라는 변수가 잠재해 있다.

어느 후보가 결정적 타이밍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만들지 주목된다. 불과 2~3일 만에 여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