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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조원 자금 확보 K-조선, 미 해양 방산 밸류체인 진입 본격화

2026-03-13 15:34 |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미국 현지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던 초기 투자 비용 문제가 해소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해양 방산 밸류체인 진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공정 관리 역량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미국 현지 방산 공급망을 직접 구축하는 단계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양상이다.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해양 방산 밸류체인 진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은 한화필리조선소 전경./사진=한화오션 제공



13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로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기금 중 약 1500억 달러(약 213조 원)가 조선업 인프라 재건에 배정된다. 

신설되는 자본금 2조 원 규모의 '한미전략투자공사'는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에 필요한 저리의 선박 금융과 대규모 펀드 출자를 전담하게 된다. 이 기구는 향후 조선사들이 현지 야드 확보나 설비 투자에 나설 때 발생하는 대규모 자본 지출(CAPEX) 부담을 덜어주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급 보증 등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자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만 연안 운항을 허용하는 미국의 '존스법(Jones Act)' 부작용으로 건조 단가가 상승하고 현지 밸류체인이 훼손된 미국의 산업적 상황과, 현지 투자에 수반되는 매몰 비용 리스크를 축소해야 했던 한국 조선업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결과다. 

현재 미국은 노후화된 조선소 인프라와 숙련된 건조 인력 부족으로 함정 유지보수 일정이 지속적으로 지연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자금 조달 리스크가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연간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현지 함정 MRO 시장 등을 공략하는 주요 조선사들의 전략 역시 기업별 보유 기술과 역량에 맞춰 구체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의 핵심 건조 시설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현지 인프라를 직접 확보하는 하드웨어 거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특별법에 따른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노후화된 필리조선소의 설비를 현대화하고 현지 부품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한화그룹 내 방산 계열사 역량의 통합과 첨단 건조 기술의 이식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의 해양 전투 체계(CMS) 및 레이다 기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추진 체계 역량을 결합하여 미국 현지에 자체적인 함정 방산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더불어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운용 중인 로봇 공학, 자동화 용접,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물류 추적 등 스마트 야드 기술을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존스법의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생산 공정 자동화로 미국 내 높은 인건비 부담을 상쇄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향후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해상풍력 설치선(WTIV)과 미 해군 주력 전투함 신조(新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러한 투자는 현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인프라 복원에 기여하여 양국 간 조선 협력 모델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자산 인수 등 직접 투자를 지양하고, 자본 지출을 최소화하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기반의 기술 네트워크 및 소프트웨어 수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는 대규모 생산 야드를 매입하는 대신, 미 해군 함정 정비협약(MSRA) 자격을 연이어 확보하고 미국의 주요 방위산업체 및 현지 중견 조선소들과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비롯해 방산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 등과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무인 수상정(USV) 기술, 빅데이터 기반의 선박 상태 예측 및 스마트 예지 정비 시스템을 핵심 수출 모델로 삼고 있다.

HD현대는 국내에 보유한 대형 도크 인프라를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엔지니어링 패키지 중심의 선별적 수주를 통해 요코스카 등에 전진 배치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함정의 MRO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는 특별법의 보증 지원을 활용하되 현지 고정 자산 확보에 따른 유지비 리스크를 회피하고, 고부가가치 설계 및 공정 관리 노하우를 제공하여 상업적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분석된다. 물리적 인프라 투자 없이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한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른 실질적인 자금 집행 및 공사 설립 등 세부 절차는 관련 시행령 정비가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 지원으로 미국 시장 진입의 핵심 리스크였던 초기 자본 조달 문제가 해결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북미 밸류체인 진출 계획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화오션의 현지 인프라 확보 및 수직계열화 전략과, HD현대의 자산 경량화 및 소프트웨어 수출 전략이 미국 해양 방산 시장에서 각각 어느 정도의 상업적 수익성을 입증해 낼 수 있을 지가 향후 산업 경쟁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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