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신약·글로벌 빅파마, 이해 맞은 ‘K-임상 동맹’이 본격화하고 있다. 제네릭 중심 시장으로 분류되던 한국 제약·바이오가 불과 몇 년 사이 글로벌 임상·R&D(연구개발) 허브로 급부상하면서 해외 자본과 정책 지원, 기술 수출이 한 지점에서 맞물리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제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 및 R&D 집행액은 2020년 5962억 원 수준에서 2024년 1조400억 원까지 오르며 70% 이상 증가했다.
피어스 바이오텍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임상 연구 및 R&D에 투자한 금액은 2020년 5000억 원대에서 2024년 1조 원을 넘기며 4년 사이 약 74% 급증했다. 특히 올해 3월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향후 5년간 약 7100억 원을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에 투입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다국적 임상시험을 흡수하는 거점으로 자리잡았다는 인식이 더욱 공고해졌다.
유럽제약산업협회(EFPIA)가 올해 초 발표한 비교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높은 연구개발 집중도가 주목 받았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GDP 대비 R&D 투자 비율 약 5%로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가 바이오파마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공공·민간 펀드를 집행하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단순한 예산 확대를 넘어 신약개발 지원 재단을 통한 장기·대형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국내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이 실제 글로벌 기술이전과 임상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언론의 관심사는 단순한 투자금 확대가 아니라 해당 자금이 조 단위 딜과 글로벌 임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 바이오 전문지 등은 한국 바이오텍들이 항암·신경계 질환 분야에서 연이어 대형 기술 수출 계약을 따낸 사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혈액뇌장벽(BBB) 투과 기술을 앞세워 2025년 글로벌 제약사와 3조 원대 규모의 초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츠하이머 타깃 항체를 개발하는 아델은 같은 해 말 1조 원이 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에서는 리가켐바이오가 2023년 글로벌 빅파마와 1조 원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으며 차세대 항암 패러다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분석기관과 해외 매체들은 한국을 효율성이 높은 글로벌 임상 허브로 표현한다. 임상 의학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다수 배출했고 동일 기간 중국·일본보다 많은 수의 핵심 연구자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통계도 인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 대비 30~40% 낮은 임상 비용, 대형 대학병원 중심의 촘촘한 네트워크, 정보기술 기반의 전자의무기록(EMR)과 환자 데이터 접근성이 결합되면서 다국적 임상시험과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를 앞당기는 데 한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기업별로도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다수의 바이오시밀러·항체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백신 생산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생산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계약이 유망한 백신 물량을 전 세계로 공급하기 위한 글로벌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상당 부분이 제네릭에 의존하고 정부 약가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기존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수출과 로열티 수입을 새로운 축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빅파마들은 연구개발 비용 부담과 임상 실패 리스크를 줄이고 미국과 유럽 승인 일정에 맞춰 다국적 임상시험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