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진행 중인 소형 데이터센터 건설공사가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행정기관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이 들고 일어서면서 공사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려됐던 전자파, 소음 등도 문제가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대는 여전하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이 굳게 닫혀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전자파 소음 등 모두 문제 없음에도 멈춰진 공사장
지난 16일 서울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공사장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고 있었다. 장비는 멈춰져 있었고 인부들은 보이지 않은 채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지난해 10월 착공에 나선 현장이다. 5㎿급 소형 데이터센터로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 규모다. 오는 2027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현장 인근 주민 일부가 데이터센터 건립 허가 취소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전자파로 인한 발암 위험 △서버 운용으로 인한 소음 △서버 냉각을 위해 사용하는 지하수 고갈 △서버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한 온도 상승(열섬) △배터리로 인한 화재 △추후 20MW까지 증축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내걸었다.
발주처와 금천구청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반대 이유로 내건 전자파, 소음 등의 이유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금천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민 설명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자파 노출 기준치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833mG다. 하지만 시행사가 검증기관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 독산동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지하층과 지상층 내부에서 각각 기준치의 10% 미만, 1% 미만으로 나왔다.
소음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장 인근 아파트들에서 야간 기준으로 소음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45dB 미만으로 나왔다. 45dB은 조용한 사무실 수준이다. 더군다나 현장과 아파트들 사이에는 1호선 전철과 KTX를 포함한 경부선 열차가 이 수시로 지나가고 있다.
냉각을 위한 지하수 고갈과 열섬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해당 데이터센터의 서버 냉각은 지하수가 아닌 공랭식 냉동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발주처는 애초에 지하수 사용을 구청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기타 다른 요인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중단된 독산동 데이터센터 현장. 왼쪽에는 서부간선도로가 위치했으며 오른쪽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과 KTX 등 경부선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주민설명회 파행...근거없는 혐오에 발주처 등 피해 막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결사 반대의 자세다. 특히 금천구청이 데이터센터 건립 전 주민들에게 사전 이해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된 데이터센터는 유해시설이 아니기에 준공업지역 내 건축이 가능하다. 때문에 사전에 주민 동의를 구할 이유도 없고, 건축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면 구청으로서는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금천구에는 기존에 지었거나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이 존재한다. 이번 독산동 데이터센터보다 대형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예전에 더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올 때는 민원이 없었다"며 "그보다 더 소형이고 입지 등을 고려했을 때 (주민 반발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금천구청은 지난 8일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로 인해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결국 근거없는 혐오에 적법한 공사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현재 독산동 데이터센터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구청이 안전점검 결과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사는 보완이 완료되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청의 보완 요구를 위한 장비나 인력 반입까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금천구청에 무분별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현재 1개월 가량 현장이 멈춰진 상태다.
결국 근거없는 혐오에 적법한 공사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발주처 등은 공사 지연에 대한 염려를 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위해 조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액만 해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준공이 밀릴 경우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발주처 관계자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관련 일부 잘못된 정보가 온라인 상에서 확산, 5㎿ 미만 규모 소형 데이터센터가 마치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며 "적법한 절차에 맞춰 인허가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일부 과장된 우려의 목소리에 공사 진행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데이터센터 전문가는 "우리가 매일 당연하게 누리는 메신저, 쇼핑, 금융 등 모든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는 데이터센터라는 보이지 않는 기반 시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의 근거없는 막연한 유해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이 모든 유익한 서비스들이 결국 데이터센터를 통해 제공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