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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주총 키워드 '초격차'…'현장 리더' 이사회 전면 배치

2026-03-18 15:03 |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 빅3가 이달 열리는 2026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미래 기술과 현장 밸류체인에 정통한 최고경영자(CEO)들을 이사회 전면에 포진시킨다. 단순한 수주 호황을 넘어, 글로벌 탈탄소 규제 강화와 중국의 추격이라는 구조적 위협 속에서 이사회 중심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기술 초격차를 굳히겠다는 전략적 결단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HD현대 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제공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이달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각 사의 핵심 밸류체인을 이끌어온 현장·기술 중심의 경영진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거나 연임하는 안건을 중점적으로 처리한다.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겉보기엔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국과 중국의 치열한 패권 전쟁 양상으로 재편됐다. 막대한 국가적 자본 지원과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은 과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위주의 수주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한국의 독무대였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및 이중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까지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국내 조선업계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조선업계는 고질적인 병목 현상인 숙련 인력 부족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기존의 노동집약적 건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중국의 인해전술을 방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K-조선 빅3는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야드 구축과 중국이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수소·암모니아) 및 해양 특수선 분야로 가치사슬을 고도화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각 사의 미래 생존을 설계할 현장형 리더들이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이사회에 속속 합류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우선 HD한국조선해양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형관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기술 중심의 체질 개선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김 사장은 그룹 내에서 미래형 첨단 조선소(FOS) 구축과 디지털 엔지니어링 플랫폼 전환을 이끌어온 핵심 야전사령관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설계부터 조달, 생산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에 디지털 트윈과 로봇 기술을 이식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공기 단축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김홍기, 김세연 독립이사를 선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요구하는 엄격한 공급망 실사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8일 주총에서 해양플랜트 전문가인 최성안 대표이사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확정 지으며 흔들림 없는 독자 수익성 노선을 굳힌다. 범용 상선 시장에서 중국과의 출혈 경쟁을 피하는 대신, 삼성중공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독보적인 수익성을 창출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등 해양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24시간 끊김 없이 가동되는 'AI 조선소'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수익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 흑자 구조를 완전히 뿌리내리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 역시 19일 정기 주총을 열고 김희철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해 방산 및 해양 플랜트 밸류체인 확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미국이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해 중국 조선업을 강하게 견제하는 글로벌 정세를 적극적으로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김 대표의 이사회 합류를 기점으로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 특수선 수출을 주도하고 미국 현지 사모펀드(PEF) 등 외부 자본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첨단 기술 생태계를 그룹 내로 내재화할 예정이다. 또한 통상·산업 정책 전문가인 김영삼 독립이사를 신규 선임해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조선 빅3 주총에서는 기술 경영뿐만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선진화도 핵심 안건으로 다뤄진다. 3사 모두 개정 상법에 발맞춰 기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의 권한과 견제 기능을 대폭 상향했다.

또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설정'하도록 정관을 일제히 정비했다. 이는 오랜 적자의 늪을 벗어나 본격적인 이익 창출기에 접어든 K-조선이, 그간 인내해 온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 정보를 제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신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주주들의 굳건한 신뢰를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분석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3년 치 이상의 넉넉한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이 외형 경쟁을 멈추고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강화된 독립이사 체제 아래서 현장과 기술에 정통한 리더들이 이사회의 중심을 잡은 만큼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초격차 기술 투자와 밸류체인 다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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