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시멘트 업계가 수요와 비용 양측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샌드위치 국면’에 들어섰다. 건설 경기 둔화로 출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전기요금과 탄소 규제, 유연탄, 유가 상승 등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다.
아세아시멘트가 최초로 시범도입한 SCR 설비./사진=한국시멘트협회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멘트 시장의 수요 회복 기대감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실제 시멘트협회는 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을 30여년 만의 최저치인 약 3800만 톤 수준으로 집계했으며, 올해 역시 3600만톤 안팎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주택 착공 감소 장기화에 따라 건설업계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후방산업인 시멘트 역시 수요 기반 자체가 위축됐다는 이유다.
여기에 전기요금, 유류비 인상, 탄소규제 압박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과거처럼 건설 경기 반등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보다는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시멘트 산업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한다. 특히 석회석을 고온으로 소성하는 킬른(Kiln) 공정과 분쇄 공정 등에서 대규모 전력이 상시 투입되는 구조로, 전력 단가 변동이 곧바로 원가에 반영되는 특성을 지닌다.
최근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며 시간대별 요금제 확대와 수요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금 체계 개편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전기요금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역시 시멘트 업계 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운송비 증가와 함께 원가 전반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는 생산지에서 수도권 등 주요 수요지까지 장거리 운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유가 상승 시 물류비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뿐 아니라,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 역시 국제 유류 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요소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의 핵심 공정인 소성로 운영에는 고열을 유지하기 위한 연료인 유연탄이 필수적인데 이는 상당 부분을 수입 유연탄에 의존하고 있다”며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가격 전반의 상승 압력이 유연탄 가격에도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연료비 부담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환율 변동까지 겹칠 경우 원가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탄소 규제 강화도 중장기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멘트를 포함한 탄소 다배출 업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등은 대체연료 사용 확대와 저탄소 시멘트 개발, SCR 기술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요 부진 속에서 관련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탄소 규제의 단계적 적용, 건설 수요 회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산업 전반의 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시멘트 산업이 건설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내수 기반 산업이라는 점에서 수요 회복 없이 비용 부담만 가중될 경우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단순한 업황 부진을 넘어 시멘트 산업 전반의 부진이 고착화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 및 금융 지원 확대가 간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