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항공업계가 국제유가 급등과 고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유류비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한 가운데 항공사들은 운임 조정과 노선 효율화, 유류 헤지 확대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기조가 겹치며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류비 비중 30% 안팎…1달러 변동에 수백억 원 '휘청'
항공업은 전체 비용에서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하는 구조로 유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민감도가 높은 산업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유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고, 항공기 리스료와 정비비 등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특성상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비용 부담은 빠르게 확대된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전체 비용의 28%인 4조 1600억 원을 유류비로 썼다. 올해 연간 유류 소모량을 3050만 배럴로 추산할 때,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만 변동해도 약 3050만 달러(약 460억 원)의 손익 변화가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유류비로 2조2000억 원(전체 비용의 29%)을 지출했으며, 항공유 가격 1달러 변동 시 약 1155만 달러(약 173억 원)의 손익이 오가는 구조다.
특히 최근처럼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를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 인상을 통해 비용 일부를 승객에게 전가하더라도 여행 수요 위축 우려 탓에 가격 조정에는 한계가 따른다.
FSC(대형 항공사)에 비해 체력이 약한 LCC(저비용항공사)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운임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구조상 비용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변동성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정세 장기화 시 LCC 중심의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항로 우회·투자 계획 수정…비상경영 선포까지
항공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 유류할증료를 조정하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는 등 노선 효율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장거리 노선은 연료 소모가 큰 만큼 수익성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 운영 전략을 재정비하는 추세다.
유류 헤지 전략도 병행되고 있지만 최근처럼 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국면에서는 기대만큼의 방어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헤지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단기 현금 흐름과 비용 구조 전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내 LCC 업계는 전방위적인 비용 감축에 나섰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신규 기재 도입 시기를 조절하는 등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억제하고 현금 흐름 확보에 집중하며 대외 리스크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글로벌 외항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중동 지역을 경유하는 항로를 우회하거나 연료 탑재 전략을 조정하는 등 운항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부는 연료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응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와 고환율이 겹친 현재 상황은 항공업계의 이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며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항공사들은 보수적인 현금 흐름 관리와 유류 할증료 조정을 중심으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될 경우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비상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