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수입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판매량’ 중심에서 ‘잔존가치(Residual Value)’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리스·렌트 등 금융 기반 소비가 확대되면서 차량의 초기 구매가격보다 일정 기간 이후 얼마나 가치를 유지하느냐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 할인 중심의 단기 경쟁보다 중고차 가격 방어를 통한 장기 가치 확보 전략이 중요해지는 모습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11세대 E-클래스./사진=메르데세스 벤츠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금융 이용이 확대되면서 차량 구매 방식이 일시불에서 리스·장기렌트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리스 실행 건수는 12만 건을 넘어서며 전체 리스 물건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소비가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는 것은 잔존가치다. 리스료는 차량 가격에서 일정 기간 이후 예상 중고차 가격을 제외한 금액으로 산정되는 만큼, 잔존가치가 높을수록 소비자의 실질 부담은 낮아진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각각 50% 안팎의 잔존가치율을 유지하며 프리미엄 세단의 가격 방어력을 입증하고 있다”며 “이는 차량을 3~5년 운용한 이후에도 절반 이상의 가치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금융 상품 이용 시 월 납입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이러한 강점은 확인된다. 국내 중고차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10만km 이상 주행한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 BMW 5시리즈가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가 뒤를 이었다. 주행거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모델들이 시간 경과 이후에도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 같은 성과는 단순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가격 정책 안정화 △인증중고차 프로그램 강화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등을 통해 중고차 시장까지 포함한 ‘전 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한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직판제(리테일 오브 더 퓨처)를 도입하며 가격 일관성을 강화하고 있고, 인증중고차 프로그램을 확대해 중고차 품질 관리와 가격 방어에 나서고 있다. BMW 역시 ‘BMW 프리미엄 셀렉션’을 중심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을 강화하고, 잔존가치 기반 금융 상품을 확대하며 차량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가치를 관리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한 두 브랜드 모두 정비 인프라 확대와 부품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며 고주행 차량에서도 유지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는 점도 잔존가치 유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입차 시장 경쟁이 ‘얼마에 판매하느냐’뿐 아니라 ‘얼마의 가치를 유지하느냐’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잔존가치 관리 역량과 중고차 수요 기반을 확보한 브랜드들이 중장기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출고가와 할인율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이제는 잔존가치 역시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며 “수입차 시장이 단순한 판매 경쟁을 넘어 자산 가치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