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부활의 승부사’이자 실패한 기업의 숨은 가치를 찾는 ‘M&A연금술사’로 불린다. 단돈 7만 원을 들고 상경한 무일푼 청년이 공격적인 M&A로 40년 만에 재계 순위 50위권의 KG그룹을 일궈낸 것은 단순한 성공 신화로 치부할 수 없다. 곽재선 회장이 60년 전통의 경기화학부터 만년 적자의 KGM(쌍용차)까지 모두가 외면한 부실기업의 숨은 가치를 살피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꾼 비결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닌 '현장의 지혜'였다. 최근 발간된 ‘곽재선의 창’은 2026년 글로벌 관세 전쟁과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우리 기업들이 열어야 할 '미래의 창'이 무엇인지 묵직한 해답을 제시한다. 본지는 5편에 걸쳐 승부사 곽재선 회장의 시작과 현재를 알아본다./편집자주
[①일의 창]
2026년 현재 재계 순위 50위권의 KG그룹을 이끄는 곽재선 회장. 그의 이름 앞에는 늘 ‘M&A 전략가’, ‘기업 부활의 승부사’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그 거대한 제국의 시작은 1985년, 주머니 속 단돈 7만 원과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처절한 헝그리 정신뿐이었다. 최근 발간된 그의 경영 에세이 《곽재선의 창(窓)》 연재 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무일푼 청년이 어떻게 ‘부활의 연금술사’로 거듭났는지 그 서막을 들여다본다.
▲1985년, 7만원이 틔운 ‘일의 창’
1985년은 대한민국이 고도성장의 기틀을 다지던 시기였지만, 대전에서 상경한 청년 곽재선에게 서울은 그저 거대한 벽이었다. 그가 쥐고 있던 7만 원은 당시로서도 며칠의 방세와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적은 액수였다.
훗날 곽 회장은 책을 통해 고백한다. “그때 내가 본 것은 가난한 현실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거대한 ‘창’이었다”고. 그는 남들이 화려한 스펙과 지식을 쌓을 때, 공사 현장과 공장의 먼지 속으로 뛰어들었다. 밑바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익힌 것은 회계 장부의 숫자가 아닌, ‘사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이었다.
▲세일기공 창업, ‘지식’보다 ‘지혜’가 먼저였다
상경 그해, 그는 자신의 첫 사업체인 세일기공(현 KG제로인)을 세웠다. 자본도 인맥도 없던 그가 창업을 결심한 원동력은 ‘현장의 지혜’였다. 곽 회장은 “책 속에 갇힌 지식은 정답을 말해주지만, 현장의 지혜는 해답을 찾아준다”고 강조한다.
세일기공 시절, 그는 단순히 기계 부품을 파는 장사꾼이 아니었다. 현장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팔았다. 남들이 포기한 노후 설비를 수리하고 개선하며 얻은 신뢰는 훗날 그가 부실기업을 인수해 흑자로 돌려세우는 ‘턴어라운드’의 기초 체력이 되었다.
▲‘부활의 연금술’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곽재선 회장의 일생을 관통하는 ‘부활의 연금술’은 바로 이 결핍에서 싹텄다. 7만 원의 상경은 그에게 ‘잃을 것이 없다’는 용기와 ‘모든 것에서 배운다’는 겸손함을 가르쳤다. 《곽재선의 창》에서 소개된 첫 번째 창, ‘일의 창’은 2026년의 청년 창업가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지식을 쌓고 있는가, 아니면 현장에서 지혜를 캐고 있는가.
무일푼 청년의 무모해 보였던 도전은 이제 대한민국 M&A 역사의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전설의 두 번째 장은 모두가 고개를 저었던 ‘법정관리 기업의 기적’으로 이어진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