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국내 건설사 수장들이 해외 '현장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시장 둔화와 발주 감소로 국내 수주 환경이 빠르게 위축되는 가운데, 최고경영진이 직접 글로벌 시장 전면에 나서 발주처와의 접점을 넓히고 신규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건설사 CEO들이 해외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내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이미지생성=제미나이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방문해 현지 주요 개발사와 정계 인사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북미 부동산 개발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스스로를 '영업사원 1호'로 칭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태국과 미국 텍사스,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요 거점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실질적인 수주 기반 조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대우건설은 1조810억 원 규모의 미네랄비료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고 중앙아시아 첫 진출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수주 과정에서 정 회장의 직접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협상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수의 발로 뛰는 영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다.
다른 건설사 수장들도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전선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싱가포르 전력 인프라 사업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에너지·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 역시 해외 시장 점검에 나섰다. 새로운 성장 축으로 낙점한 전력 인프라 사업 강화를 위해 호주를 방문, 현지 수요와 사업 환경을 눈으로 살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호주는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 시장으로 평가된다. 허 대표의 이번 행보 또한 단순 시장 조사 차원을 넘어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한 교두보 마련 성격이 짙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올해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신규 사업 개발 후보지를 점검하고 투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개발과 인프라 전반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향후 사업 다각화 전략과의 연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건설사 수장들이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는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한다. 금리 부담과 규제 영향으로 주택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기존 내수 중심 성장 전략만으로는 지속적인 외형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인프라 투자 확대와 에너지 전환 흐름이 맞물리면서 해외 시장이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급 위주의 수주를 벗어나 개발·투자형 사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추세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수익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는 발주처 및 현지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은 입찰 참여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신뢰를 쌓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건설사 수장들의 해외 현장 경영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