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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내리고, 운임비는 상승…레미콘 위기 키운 ‘카르텔 구조’

입력 2026-04-06 15:00:46 | 수정 2026-04-07 11:18:52
이용현 기자 | hiyori0824@mediapen.com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레미콘 업계가 건설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운송 구조에서 비롯된 비용 상승과 반복되는 단체행동이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불황이 아닌 제도와 구조가 결합된 ‘고착된 비용 왜곡’으로 보고 있다.

유진기업 서서울공장./사진=유진기업 제공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9300만 ㎥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9600만 ㎥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투자 역시 전년 대비 5.3% 감소한 274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으며, 건설수주 또한 2025년 10월 기준 9조8000억 원으로 5년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국 평균 가동률은 14% 수준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생산 축소 국면’에 들어섰다.

◆수요는 무너지고 단가는 하락…업계 ‘생존 국면’

문제는 이 같은 수요 위축 속에서도 비용 구조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 수도권 협정단가를 ㎥당 9만1400원으로 인하했지만, 운반비는 7만5730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9년과 비교했을 때 대비 레미콘 가격은 약 63%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운반비는 15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가격은 내려가고 비용은 오르는 ‘역마진 구조’가 현실화된 것이다.

현재 업계는 이러한 비정상적 구조의 배경으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를 지목하고 있다. 

한 레미업계 관계자는 “2009년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시행 이후 콘크리트 믹서트럭 신규 등록이 제한되면서 경쟁이 차단됐고, 시장은 기존 운송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이후 2012년 운송사업자 단체가 조직되면서 집단적 협상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는 정부가 건설기계 과잉 공급을 막고 임대시장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일정 기종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제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건설경기가 침체기를 맞은 현재로썬 경쟁을 제한하는 동시에 운송 공급 부족을 초래해 운임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단체행동에 묶인 운임…제조사만 비용 떠안아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해온 운송사업자들의 일방적인 근로 조건 변경 역시 레미콘업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8시~5시 제한 운행(8-5제)’을 시작으로 2019년 격주 토요휴무, 2021년 전면 주 40시간 근무 체계가 도입되면서,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운임은 오히려 상승하는 ‘노동량 감소·수익 증가’라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운반비 인상 과정에서 반복된 단체행동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2016년 제한 운행 강행 △2019년 울산지역 66일 조업 중단 △2020년 부산·경남 및 광주·전남 지역 운송 거부 △2022년 서울 도심 운행 중단 및 추가 운임 인상 요구 △2024년 불법 파업 △2025년 천안·아산 지역 파업 등 운송사업자들의 집단행동은 매년 이어져 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운송비 인상 요구-파업-협상-인상’으로 이어지는 고정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운반비 협상은 사실상 인상을 전제로 시작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운송 거부로 이어진다”며 “제조사는 이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가 경쟁이 차단된 상태에서 집단행동을 통해 운임을 결정하는 사실상 ‘운송 카르텔’로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운송노조는 운반비 협상을 포함한 집단행동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유류비는 기업에서 부담해주고는 있으나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차량의 감가상각, 보험료 등 고정비를 고려하면 운반비 인상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대부분 제조사에 집중된다. 레미콘 가격은 건설사와의 협상 구조상 쉽게 인상할 수 없는 반면 운반비는 매년 상승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에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운반비 협상에서 다음 해 인상분까지 선반영되는 사례가 발생했으며 2025년에는 레미콘 가격이 2.45% 인하됐음에도 운반비는 상승했다.

여기에 외부 변수까지 겹치며 업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경유 가격이 단기간에 20% 이상 급등했고 혼화제 등 주요 원자재 역시 공급 불안과 가격 인상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환율 상승 또한 시멘트 등 원재료 가격을 자극하며 제조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레미콘 업계는 ‘수요 감소·단가 인하’와 ‘운반비 상승·원가 상승’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압박 구조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운송 구조에서 비롯된 비용 상승은 시장 경쟁이 아닌 제도와 집단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콘크리트 믹서트럭을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한 지역별로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향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수급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건설 경기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주체의 영향력에 의해 비용이 결정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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