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APR)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비수기를 뚫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초격차 경쟁력을 보여준 에이피알은 13조 원대 기업가치를 증명할 핵심 열쇠로 '포스트 디바이스' 전략을 낙점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추정치는 약 5800억~5900억 원, 영업이익 추정치는 14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20%, 영업이익은 160% 가량 급증한 수치다. 전통적인 화장품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이 예고되면서, 금일 에이피알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글로벌 판매 채널의 수익성 제고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 '빅 스프링 데이' 행사 호조에 힘입어 분기 매출 2500억 원 수준을 기록하는가 하면,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톱 100' 내 메디큐브 품목 수(SKU)가 10개에 달하면서 아누아(5개), 라로슈포제(4개) 등 글로벌 경쟁 브랜드들을 압도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기업 간 거래(B2B) 매출 성장도 눈에 띈다. 유럽 내 아마존 및 틱톡샵 판매 호조와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입점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기타 지역 매출은 전분기 대비 50% 이상 증가한 1800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실적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 1조5000억 원, 영업이익 3654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4%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이다. 한 자릿수 이익률에 머물고 있는 전통 뷰티 기업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메디큐브’ 광고/사진=에이피알 제공
◆ 김병훈표 'D2C 전략' 국내외 시장서 통했다
이러한 성장은 해외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대폭 끌어올린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의 글로벌 D2C(소비자 직접 판매) 기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간 유통 단계를 건너뛰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등 유통 마진을 내재화해 업계 평균인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 뛰어넘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간 통상적으로 이어져온 화장품 수출 방식은 현지 총판이나 대형 유통사(세포라, 울타뷰티 등)를 거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통사는 판매가의 30~50% 수수료를 가져갔다. 하지만 에이피알은 D2C 전략을 통해 중간 수수료를 마진으로 남겨 마케팅과 자체 생산 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는 해외 매출 비중이 2024년 55%에서 2025년 80%까지 치솟는 과정에서도 영업이익률 24%라는 고마진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중간 수수료를 제거한 D2C 비중을 높여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뷰티 디바이스 판매에 따른 '락인 효과'도 에이피알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주효했다. 일반적으로 뷰티 디바이스는 기기 단독 사용보다는 전용 앰플이나 젤과 병행했을 때 효능이 극대화되도록 설계된다. 기기를 한 번 구매한 소비자가 최적의 효과를 보기 위해 해당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을 지속적으로 재구매하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에이피알은 '메디큐브 에이지알' 디바이스와 시너지를 내는 '콜라겐 젤 크림'이나 'PDRN 앰플' 등을 전용 제품으로 매칭해 판매하며 화장품 매출의 동반 상승을 이끌어내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가 소모품 매출을 견인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소비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에이피알은 외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 시설인 '에이피알 팩토리'를 통해 디바이스의 R&D부터 기획,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가 전통 뷰티 기업을 능가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마진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부스터 프로 X2'. /사진=에이피알 제공
◆ '원료 주권' 확보까지...2027년 밸류체인 완성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뷰티 디바이스의 긴 교체 주기가 장기적 수익성 방어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바이스는 가전의 성격으로 한 번 구매 시 재구매까지의 시간이 화장품보다 길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피알은 디바이스 고도화와 더불어 기기와 병행 사용 시 효능이 극대화되는 고기능성 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해 매출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디바이스 개발 고도화는 물론, 기기와 병행 사용 시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고기능성 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해 소비자를 생태계 내에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뷰티 디바이스 개발을 잇는 한편 차세대 항노화 원료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사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에이피알은 자체 연구개발(R&D)를 통해 확보한 PDRN 기술을 고기능성 스킨케어에 접목, 출시 20개월 만에 누적 판매 5000만 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이뤘다. 기기가 화장품 매출을 견인하고, 화장품이 다시 기기 사용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인프라 투자도 잇는다. 제조 수직계열화의 정점을 찍기 위해 회사는 2027년까지 평택에 약 1만 3223㎡(4000평) 규모의 제3공장 건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PDRN과 PN 등 핵심 스킨부스터 원료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원료 주권'까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원료 '생산-제품 제조-직접 유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완성될 전망이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해 영업이익률 초격차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아마존 뷰티 부문 상위권을 장악하는 등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에이피알이 구축한 제조 수직계열화와 원료 주권 확보는 향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초격차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