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 내에서 노란봉투법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제각각이라 혼란이 야기되는 가운데 노조의 압박도 거세지면서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또 법 시행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노란봉투법의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민주노총이 10일 투쟁 선포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박준모 기자
14일 재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민주노총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SK에너지·S-OIL·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울산지노위 측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도 “노조 간 이해관계가 유사하며, 교섭단위를 분리하면 노조 간 근로조건의 격차가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 하청노조의 교섭분리 신청 사건을 두고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주노총 플랜트노조가 교섭분리를 신청했는데, 경북지노위는 세 노조의 성격과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최소 3개의 하청노조와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유사한 사안을 두고도 노동위원회 판단이 엇갈리면서 재계 내 혼란은 커지고 있다. 비슷한 구조의 노사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업종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면서 기업들의 대응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을 기대했으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 측의 압박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5일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교섭을 직접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조합원 1000여 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교섭을 거부하면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에서는 올해를 원청 교섭의 원년으로 삼고, 이를 쟁취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원청을 압박하고 있다. 오는 7월 15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 역시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이에 재계 내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와 집단행동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 전쟁발 에너지 대란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바쁜데 노란봉투법 이슈까지 겹쳤다”며 “오히려 노란봉투법이 본업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보완 목소리 확산…정치권서도 “재개정하자”
이처럼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자 재계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업종별로 상이한 산업 구조와 노사 관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획일적인 기준 적용으로는 다양한 산업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노동계의 과한 주장은 축소하고 정리해서 원청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동계도 너무 많이 주장하는 부분이 있어서 경영계가 염려하는 수준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계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노란봉투법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노노 갈등을 촉발하며 새로운 분쟁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기존 정규직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처우와 임금 체계 등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커지는 양상이다.
현장 상황이 악화되자 정치권에서도 노란봉투법 재개정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법 시행 당시부터 정부·여당에 상당히 많은 문제가 예견되므로 다시 한번 협상해 개정하자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며 “하지만 정부·여당은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현장 상황에 관심 없이 유야무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 혼선과 혼란을 부추기는 노란봉투법을 다시 한번 재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혼선과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까지 이어지면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물론 기업들도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어, 향후 입법 보완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단체 한 관계자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여당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현장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