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AI 대전환⑧]글로벌 기업 질주…'포지티브 규제' 발목 잡힌 한국

입력 2026-04-20 15:22:06 | 수정 2026-04-20 15:27:43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규제 체계 역시 이에 걸맞은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IT 산업은 사전 허용 중심의 규제 구조 하에 혁신 속도와 시장 대응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글로벌화 된 AI 주도권 싸움은 기술 선점을 위해 각국 정부의 주도 하에 면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역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 등 속도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포지티브 규제 위주의 현행 구조의 특징을 분석하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필요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 해외 주요국의 정책 흐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글로벌 IT 경쟁이 속도전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IT 산업은 여전히 사전 허용 중심 규제 체계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부터 규제 적용 여부를 따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혁신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AI 이미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데이터·AI 등 신산업 전반에서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부처별·분야별로 나뉘어 적용되면서 규제 체계가 파편화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적용 법령을 다층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규제 해석이 모호한 경우 출시 지연이나 사업 보류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현행 규제 체계가 기술 발전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신기술 등장에 따라 기존 규제를 확장 적용하거나 별도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허용된 것만 가능"… 포지티브 구조의 한계

국내 IT 산업 규제는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법과 제도에서 명시적으로 허용된 영역에서만 사업이 가능하고, 그 외 영역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이 같은 구조는 산업 초기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일정 역할을 해왔지만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진 현재 환경에서는 오히려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AI, 데이터,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기존 법 체계로 포괄하기 어려운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규제 해석이 선행되는 구조 자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불확실성이 클 경우 시도 자체를 미루는 경향도 나타난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규제 적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방향을 수정하거나 보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 리스크가 높은 분야일수록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우선 고려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글로벌 시장 대비 국내 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적 유연한 환경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상용화하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사전 규율을 충족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허용된 혁신'만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결국 포지티브 규제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대신 혁신의 범위를 제한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전 의무가 부과되는 구조"라며 "이 같은 환경이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우선 고려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제도 설계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AI 시대, '규제 위에 규제'… 스타트업 부담 가중

AI 산업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더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AI 관련 법·제도가 본격화되면서 기존 산업 규제와의 적용 범위가 맞물리는 사례가 늘면서다.

AI 서비스는 데이터 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개인정보 규제와 맞물리고, 금융·의료 등 특정 산업과 결합될 경우 해당 분야 규제까지 함께 적용된다. 여기에 최근 AI 기본법까지 더해지며 다층적인 규제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일부 규제는 행정 판단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부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규제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업 자체를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이는 개발 속도 저하로 이어질 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스타트업의 부담은 더욱 크다. 대응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복잡한 규제 환경은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도전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AI 기본법과 스타트업: AI 스타트업이 겪는 현실' 리포트에 따르면 AI 스타트업의 98%가 법 시행과 관련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101개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는 규제 환경에 대한 준비 부족을 넘어 제도 자체의 불확실성이 기업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서비스를 기획할 때 기술 구현보다 규제 적용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명확한 규제는 기술 발전을 촉진하기보다 오히려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속도 경쟁에서 밀린다"… '네거티브 규제' 전환 요구 커져

글로벌 시장에서는 규제 방식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AI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규제 역시 강도보다 속도와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주요국들은 규제 도입 이후 산업 영향에 맞춰 적용 범위나 속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규제의 방향을 유지하되 산업 부담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규제 체계 전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정책 변화 신호가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전 규율 중심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기술 상용화 속도와 시장 대응력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규제 체계가 산업 현실보다 제도 설계에 치우치면서 기술 발전 속도와 제도 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꾸준히 제기된다.

AI 산업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는 쪽이 유리한 구조를 갖는 만큼 규제 환경 전반이 기업의 의사결정과 사업 확장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행과 같은 사전 규율 중심 구조로는 결국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유연하게 기업 활동을 허용하고 사후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속도 싸움인데, 규제로 인해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구조 자체가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기업이 '해도 될까'를 고민하는 환경에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기 어렵고, '어떻게 할까'를 고민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