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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 ⑩] "미국은 혁신, 유럽은 규제"… 기술종속 전락한 EU의 경고

입력 2026-04-22 11:11:03 | 수정 2026-04-22 14:16:3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AI를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규제 체계 역시 이에 걸맞은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IT 산업은 사전 허용 중심의 규제 구조 하에 혁신 속도와 시장 대응력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글로벌화된 AI 주도권 싸움은 기술 선점을 위해 각국 정부의 주도 하에 면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역시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빠른 의사결정 등 속도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포지티브 규제 위주의 현행 구조의 특징을 분석하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필요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 해외 주요국의 정책 흐름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IT 산업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구글, 엔비디아, 오픈AI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반면 피처폰 시대의 강자였던 노키아 이후 글로벌 빅테크 명단에서 자취를 감춘 유럽의 사례는 기술 패권의 향방이 결국 ‘규제 환경’에 달려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규제 시스템이 단순한 법 조항이 아닌 국가의 국력을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 셈이다. ‘일단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미국과 ‘일단 막고 보는’ 포지티브 규제의 유럽 사이의 결과는 확연하다. 한국은 여전히 규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미국과 ‘일단 막고 보는’ 포지티브 규제의 유럽 사이에서, 한국은 여전히 규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미국 오픈AI·테슬라, ‘법’ 대신 ‘시장’에서 성장했다

미국 AI 혁신의 본진인 실리콘밸리에서는 ‘법이 기술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는 원칙이 상식처럼 통용된다.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 정신은 오늘날 글로벌 AI 패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을 탄생시킨 실질적인 동력이 됐다.

특히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명확하다.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 정부는 개인정보나 저작권 이슈를 이유로 개발 중단을 명령하지 않았다. 먼저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은 뒤, 발생하는 부작용은 사후에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완해 나갔다. 

만약 이들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법의 장벽에 부딪혀 출시 자체가 1~2년은 지연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율주행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테슬라와 웨이모는 규제 문턱이 낮은 도로 위에서 기술을 완성했다.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은 일정한 안전 기준만 충족하면 실제 도로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사고 위험을 이유로 셔틀버스 수준의 실증에 머물고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현장에서 얻은 방대한 ‘실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산업을 키워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가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기업의 속도전에 보조를 맞춘 유연한 행정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 ‘규제’가 쌓아 올린 유럽 성벽, 혁신은 어디에

반면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EU AI Act)’을 승인하며 규제의 벽을 높였다. 명분은 인권과 안전을 위함이었지만,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AI를 위험도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하고, 채용·의료 등 고위험 분야 AI에는 까다로운 데이터 관리와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다. 법 위반 시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7%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산업의 쇠퇴로 이어졌다.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유럽의 혁신 기업들은 폐업하거나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유럽의 유망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조차 미국 빅테크와의 속도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경우 막대한 법무 비용을 들여 유럽의 규제 허들을 넘을 수 있었지만, 유럽 현지 스타트업들은 규제 비용에 혁신이 꺾였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유럽의 AI 법이 혁신의 진입장벽을 높여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려놓은 것이다.

무엇보다 유럽이 규제의 성벽을 쌓는 사이, 글로벌 AI 생태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기술 주권을 상실한 유럽은 미국 빅테크의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며, 그들의 생태계에 종속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혁신 대신 ‘심판’의 길을 택한 대가다.


◆ 한국의 현실, ‘규제 수입국’ 굴레 벗어야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현행 규제 체계는 유럽식에 가깝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원격진료 금지 규제에 막혀 해외 시장을 전전하고 있고, 카카오와 라인 같은 대표 IT 기업들조차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 싱가포르로 향한 바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한국이 그동안 유럽의 까다로운 규제들을 도입해왔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AI 시대를 달리고 있는데 제도가 마차 시대의 법조문에 머물러 있다면 제2의 엔비디아나 오픈AI는 결코 탄생할 수 없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내세우며 마련한 AI 기본법 역시 현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지만, 새로운 ‘법’이 제정되는 것 자체가 기업들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문턱이자 규제로 체감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균형이라는 명분이 자칫 유럽식의 고위험 규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입하는 통로가 되거나, 관료 조직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AI 산업은 선점 효과가 커 우리에게 주어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진정한 산업 진흥은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낡은 규제의 족쇄를 풀어주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네거티브 광장’을 열어주는 것이 AI 대전환 시대의 진정한 해법이라는 의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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