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삼성중공업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골칫거리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전력난과 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부유식 데이터센터(이하 FDC)'를 앞세워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시장 공략에 닻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일부터 23일(현지 시간)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북미 최대 규모의 IT 인프라 전시회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 참가해 FDC 글로벌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중공업 FDC 모형이 설치된 데이터센터월드 전시부스./사진=삼성중공업 제공
올해 처음 이 행사에 부스를 꾸린 삼성중공업은 미국선급(ABS)과 영국선급(LR)으로부터 50메가와트(MW)급 FDC의 개념설계 인증(AiP)을 동시 획득하며 기술적 신뢰도를 전 세계에 입증했다.
FDC는 육상 대신 강이나 바다 위에 구축하는 해상 데이터센터 모델이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초고성능 서버 수요가 폭증하면서,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는 천문학적인 전력 소모와 막대한 발열을 감당하지 못해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FDC는 차가운 해수나 담수를 활용한 무한한 자연 냉각이 가능해 냉방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전자파나 소음 민원으로 인한 육상 부지 확보의 어려움도 단번에 우회할 수 있는 '꿈의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설계한 FDC는 선박을 짓듯 조선소에서 모듈 단위로 표준화해 제작·조립한 뒤 목적지로 예인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기존 육상 건설 대비 납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다. 또한 자체적인 발전 설비를 통합 탑재할 수 있어, 심각한 송전망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육상 전력 그리드에 대한 의존도까지 최소화했다.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행사 기간 중 세계적인 전력·자동화 기술 기업 'ABB'와 FDC 전용 전력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울러 미국의 데이터센터 개발 전문사인 '무스테리안'과도 현지 FDC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단순히 바다 위에 떠 있는 철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최적의 전력 효율 시스템을 얹고 미국 현지 인허가 및 영업망까지 한 번에 확보하는 '턴키식 밸류체인'을 완성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미국 출장길에는 최원영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이 동행해 노사가 한목소리로 신사업 개척에 나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최원영 위원장은 현장에서 "FDC 같은 미래 신사업 성장에 노동자협의회도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며 "그 성과가 직원들에게 돌아오도록 경영진이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중공업계가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불거지곤 했던 파업 등 노사 간의 불협화음 우려를 불식시키고, 화합을 통한 안정적인 조업 환경을 글로벌 고객사들에게 각인시키는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규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부사장)은 "FDC는 전통적인 조선업의 기술력을 최첨단 디지털 인프라 산업으로 확장한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결합해 글로벌 데이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