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종합·전문건설 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가 전문건설업계의 생존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업역 칸막이를 낮춰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종합건설업체의 전문공사 진입이 확대되며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 잠식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를 완충하기 위해 마련된 전문공사 보호구간마저 올해 말 일몰을 앞두면서 제도 보완 요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상호시장 진출 허용 이후 수주 불균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공사 보호구간 일몰을 앞두고 전문건설업계가 제도 보완을 요구하며 갈등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시장 진출제도 개선과 전문공사 보호구간 확대·영구화를 촉구하는 탄원서 40만8391부를 제출했다. 전문건설업계는 보호구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상호시장 진출 허용은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각자 상대 업역의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존에는 종합건설업체가 공사 전반을 총괄하는 종합공사를, 전문건설업체가 공종별 전문공사를 맡는 구조였다. 정부는 2021년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공사부터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했고, 이후 민간공사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취지는 경쟁 촉진이었다. 업체가 보유한 시공능력과 기술력에 따라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전문건설업계에서는 제도가 실제로는 대등하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공사 시장에 비교적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반면,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참여하려면 등록기준과 직접시공 요건, 추가 면허 부담 등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주 불균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공공공사 상호시장 진출 규모 약 2조800억 원 가운데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한 전문공사는 약 1조6100억 원이었다. 반면 전문건설업체가 수주한 종합공사는 약 4600억 원에 그쳤다. 종합업체의 전문공사 수주가 전문업체의 종합공사 수주보다 약 4배 많았던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구간은 소규모 전문공사다. 전문건설업계는 10억 원 미만 공사가 전문공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 구간에서 종합건설업체 진입이 늘어나면 지역 중소 전문업체의 주력 시장이 직접 흔들린다고 보고 있다. 건정연 자료에서도 2022년 기준 2억~10억 원 구간 소규모 전문공사에서 상호시장 진출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격차가 최근 줄어든 점도 구조 개선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종합·전문 간 수주 격차는 2023년 약 7000억 원, 2024년 약 4000억 원, 2025년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이는 전문업체들이 종합공사 입찰에 대응하기 위해 면허를 추가 확보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면허 추가에 따른 인력·비용 부담이 뒤따르면서, 영세 업체일수록 수익성보다 간접비 부담이 먼저 커지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에 대한 업계 체감도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건정원 조사에서 상호시장 진출 허용 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84.2%로 집계됐다.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90.0%였고, 제도 폐지를 요구한 응답도 83.3%에 달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전면 폐지보다는 보호구간 확대·영구화 등 보완책 마련이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상호시장 개방에 따른 불균형을 완충하기 위해 4억3000만 원 미만 전문공사에 대한 종합건설업체 입찰 제한을 도입했지만, 해당 조치는 3년 일몰제로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전문건설업계가 보호구간 확대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건설업계는 보호구간을 1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분리발주 활성화, 의제부대공사 범위 확대, 과도한 면허 요구 시정, 동일업종 하도급 제한 개선 등 제도 전반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상호시장진출허용제도 시행 이후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에 종합건설업체 진입이 확대되면서 전문건설업체들은 기존 주력 시장에서도 수주 기회가 줄고 있다”며 “자본력과 영업력을 갖춘 종합업체와 영세 전문업체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수주 감소와 단가 하락, 경영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시공을 실질적으로 담당해 온 전문건설업체들이 보호받지 못하면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