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누에’를 기르는 양잠산업이 전통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농진청이 ‘전용 사료 기반 누에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개발해 2027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사진=미디어펜 이소희
농촌진흥청이 ‘전용 사료 기반 누에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개발해 연중 생산 체계 구축 가능성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개발된 시스템은 자동화 장치, 전용 사료, 맞춤형 품종 등 3개 기술을 연계한 통합 기술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국내 양잠산업은 최근 구조적 위축을 겪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양잠 농가는 2018년 611농가에서 2024년 393농가로 약 38% 감소했다. 뽕잎에 의존하는 계절적 사육 방식과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뽕나무 재배 면적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농가당 사육 규모는 증가해 전업화·규모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에를 활용한 기능성 소재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익은 누에를 가공한 ‘홍잠’은 치매 예방, 지방간 개선, 면역력 증진 등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개발된 스마트 생산시스템의 핵심은 누에 사육 전 과정을 자동화한 설비다. 사육상자 공급, 전용 사료 급이, 부산물 제거 장치 기능을 갖춰 기존의 반복적인 수작업을 대체한다.
농진청에 따르면, 약 48㎡ 규모 공간에서 2주 간격으로 연간 20회 사육이 가능하며, 연간 생누에 12톤, 홍잠 약 2.4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간의 전통 사육 방식으로 같은 양의 ‘홍잠’을 생산하려면 축구장 4개 반에 달하는 뽕밭 33000㎡, 중형 비닐온실 2동 분량의 누에 사육실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장치를 활용하면 기존 방식의 1%도 안 되는 공간에서 같은 생산량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 생산량 확보를 위해 과거에는 대규모 뽕밭과 사육시설이 필요했지만, 스마트 시스템을 적용하면 훨씬 적은 공간에서도 생산이 가능한 ‘공정 산업화’로 전환을 의미한다.
농진청은 대량 생산과 연중 생산을 가능케 할 큰누에 전용 사료도 함께 개발했다. 국내 사료용 뽕나무 재배면적은 계속 감소세로 뽕잎만으로는 안정적인 사료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 미수확되는 연간 754톤의 뽕잎 분말을 기반으로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염류, 아미노산 등을 누에의 성장단계에 맞춰 이상적으로 배합해 계절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사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농진청의 시험 결과 전용 사료로 키운 누에는 기존 뽕잎 사육과 비교해 생육과 품질에서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진청은 자동화 장치와 전용 사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용 사료 섭식이 우수한 맞춤 품종도 선발·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수계통 10종 중 사육기간이 기존보다 약 3일 짧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시험품종 1종을 선발했으며, 누에씨 증식을 거쳐 2028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농진청이 개발한 누에 사육부산물 관리 장치./자료사진=농진청
농진흥은 개발한 ‘전용 사료 기반 누에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2027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세척 공정 자동화 등 추가 설비 개발을 통해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성제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은 “현재 개발된 시스템 구축비용은 약 3억5000만 원 정도 드는데, 1년에 20회 생산한다고 보면 홍잠의 경우 2.4톤 기준 매출액은 약 9억6000만 원, 순이익은 3억 6000만 원 정도로 파악된다”면서 “11개월 정도 되면 투입 원가인 3억5000만 원을 다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년 농업인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보급형 모델 개발과 함께 농업기계 등록을 통한 저금리 정책자금과의 연계를 통해 농가 부담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