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전기차 시장 주도권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존 서열을 흔들고 있다. 국산차 시장에서는 기아가, 수입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전동화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 확대에 성공하면서 현대차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35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5% 급증했다. 월별 판매량은 1월 5733대에서 2월 3만5766대, 3월 4만2031대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존 서열을 흔들고 있다. 국산차 시장에서는 기아가, 수입차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전동화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 확대에 성공하면서 현대차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다./사진=AI 생성
◆ "현대차 넘었다"…전기차 앞세운 기아 질주
기아는 지난달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차를 내수 판매에서 앞질렀다. 현대차가 일부 생산 차질과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대기 수요 영향으로 내수 판매가 19.9% 감소한 사이, 기아는 전년 대비 7.9% 증가한 5만5108대를 판매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기아는 올해 1~4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4만8238대를 판매하며 4개월 연속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1월 판매는 3628대에 그쳤지만 보조금이 본격화된 2월부터는 3개월 연속 월 판매 1만 대를 돌파했다. 반면 현대차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캐스퍼와 포터 일렉트릭의 부진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0.1% 줄어드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기아의 강세는 특정 모델에 의존하지 않는 탄탄한 라인업 덕분이다. EV3(1만2572대), PV5(1만348대), EV5(1만192대) 등 대중화 모델 3인방이 나란히 누적 판매 1만 대를 넘어섰고, EV4와 EV6도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며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1~4월 기준 기아 내수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4.5%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기아의 전기차 판매 확대 배경에는 선제적인 전기차 라인업 재편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엔트리급 EV부터 PBV 등 상용 전기차까지 차급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까지 강화하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 테슬라 독주에 흔들리는 독일차
수입차 시장에서도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동화 바람이 거세다. 테슬라는 모델Y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통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와 전기차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내연기관에 강점을 가졌던 독일차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 내 독일 브랜드 점유율이 40%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대수는 3만3993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8319대로 전체의 53.9%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3.5% 증가한 수치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가 1만3190대를 판매하며 전체 시장의 38.8%를 차지했다. 이어 BMW가 6658대, 벤츠가 4796대로 뒤를 이었다. 모델별 판매에서는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이 9328대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모델3 프리미엄 롱레인지가 1481대로 뒤를 이었다.
반면 독일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되는 모습이다. BMW·벤츠·아우디·포르쉐·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의 지난달 판매량은 총 1만4205대로 전체 시장의 41.8%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4월 67.0%에 달했던 독일차 점유율은 올해 들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 승부처는 'EV'…시장 재편 가속
완성차 업계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동화 전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는 EV3·EV4·EV5에 이어 PBV 전략까지 확대하며 전기차 중심 브랜드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체제 구축을 추진하며 상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이 가운데 EV 시리즈와 PBV를 중심으로 대중형부터 상용차까지 전동화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와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테슬라뿐 아니라 BYD 등 중국계 브랜드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상품 개발 속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확대하면서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 질서에도 균열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전동화 기술력과 소프트웨어 경험이 판도를 결정한다"며 "배터리 효율과 충전 경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결정 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