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HD현대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협력사들을 위해 자금 지원에 나선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부품사들의 흑자 부도로 이어져 그룹 전체의 생산 차질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HD현대는 14일 협력사의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총 7400억 원 규모의 자재 대금을 최대 9일 앞당겨 결제한다고 밝혔다.
먼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가장 많은 5680억 원을 우선 푼다. 이어 글로벌 전력망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HD현대일렉트릭이 1330억 원을 조기 집행하며,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마린솔루션도 각각 257억 원, 100억 원을 앞당겨 지급해 하위 밸류체인의 자금 숨통을 틔워줄 계획이다.
건설기계 부문 통합 법인인 HD건설기계는 하도급대금 연동제의 조정 주기를 대폭 단축한다. 이를 통해 치솟는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 단가에 신속하게 반영, 영세 협력사의 원가 부담을 실시간으로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최근 중동 사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주요 해상 물류망의 불안정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는 선박용 도료와 조선 기자재뿐만 아니라 전력기기에 들어가는 구리, 건설기계용 특수강 등 핵심 원자재의 조달 비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HD현대의 이번 대규모 자금 수혈은 단순한 시혜성 상생을 넘어 기초 체력이 약한 협력사들의 현금 흐름 경색을 막아 수조 원대에 달하는 그룹 전체 수주 물량의 납기 지연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려는 '전략적 공급망 방어'의 성격이 짙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4월에도 선박 건조에 필수적인 에틸렌과 도료 원료 등을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대량 매입해 협력사들의 조업 중단 리스크를 방어한 바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외 경제의 짙은 불확실성 속에서 협력사의 경영 안정이 곧 당사의 납기 경쟁력"이라며 "협력사를 운명공동체로 인식하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함께 돌파할 실질적 상생 모델을 지속해서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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