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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 정부가 큰 틀 짠다…"한전·한수원 '원팀' 구축"

입력 2026-05-14 17:36:31 | 수정 2026-05-14 17:36:22
유태경 기자 | jadeu0818@naver.com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그동안 한국전력(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 나뉘어 혼선을 빚어온 원전 수출 체계가 정부가 주도권을 쥐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된다. 각자 담당 국가를 나눠 수출을 추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직접 협상 큰 틀을 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한전과 한수원은 각각 전문성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원팀'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1~4호기 전경./사진=한전



산업부는 14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2026년 제1차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정부 역할 확대를 골자로 한다. 산업부는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회에는 정부와 공기업, 계약·회계·법률·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원전 수출을 공기업이나 민간 기업에 맡겼지만, 이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협상의 큰 틀을 짜고 민관이 합동으로 경제성과 리스크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에서 성사된 20여 건의 원전 수출 중 체코를 제외하면 모두 국가 간 수의계약이나 정부간협정(IGA)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순한 기업 거래가 아닌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정부의 전면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기존에는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베트남·미국 등 13개국을, 한수원이 체코·필리핀 등 25개국을 각각 나눠 맡았다. 앞으로는 담당국가 구분 없이 통합 관리하되, 단계별로 역할을 나눈다.

사업 개발과 주계약은 양사 공동으로 수행한다. 대외 협상 창구와 지분투자는 한전, 건설과 운영은 한수원이 각각 주도한다. 체코·필리핀과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사업은 예외로, 한수원이 기존대로 단독 수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대표단 헤드가 된다는 의미이지, 한전한테 모든 것을 몰아준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라며 "협상 테이블에는 한전·한수원·시공사·케코 등 원전 공기업들이 다 같이 앉고, 한전은 맨 앞에 서 있는 창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을 협상 창구로 내세우는 근거로는 브랜드 파워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전이 가진 브랜드 파워는 국내에서 우리가 소홀히 여기는 것과 달리 엄청나다"며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로,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시아든 한전·현대건설을 모르는 곳이 없다"고 했다.

이번 개편의 배경에는 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불거진 한전·한수원 간 정산 분쟁이 있다. 한전이 총괄 사업자로 나섰다가 비용 관리에 실패했고, 양사는 손실 책임을 두고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 관리 실패 책임 소재 여부에 대해 "양사의 의견이 다르다"고 인정하면서도 재발 방지책으로 조인트벤처(JV) 또는 컨소시엄 형태의 독립 법인 설립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는 한전이 사업 관리를 하고 한수원이 용역 형태로 참여하는 구조여서 문제가 생겼는데, 앞으로는 양사가 공동으로 독립법인을 만들어 계약 주체로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위원회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과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원전수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고, UAE 정산 분쟁의 중재지를 영국에서 한국(대한상사중재원)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2월 산업부가 양사에 권고한 사항을 수용한 것이다.

기획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현재 법령상 정부가 기획위를 통해 한전·한수원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모여서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해서 나오는 결론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런 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전수출진흥법을 제정하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산업부는 연내 '원전수출진흥법'을 제정해 시장 개척, 금융 지원, 전문인력 양성, 정부 감독권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원전 수출을 총괄하는 '원전수출 총괄기관'의 법적 근거도 신설하되, △한전 단독 △한수원 단독 △통합기관 신설 등 3가지 안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총괄기관 지정에 대한 데드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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