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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1인이 '월 1000만원'…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수당 논란에 4000명 '집단 탈퇴'

입력 2026-05-17 11:50:06 | 수정 2026-05-17 11:50:14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집행부의 직책수당 운영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최승호 위원장 1인이 월 1000만 원에 달하는 직책수당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진 데다 규정 제정 절차의 정당성 훼손, 회계공시 지연, 견제장치 부재 등 구조적 난맥상이 잇따라 드러나면서다. 이에 실망한 조합원들의 탈퇴 사태가 이어지며 노조의 대표성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미디어펜



17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초기업노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서만 4000명에 육박하는 조합원이 탈퇴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DX 부문 전체 조합원(약 8500~9000명)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28일 500건을 넘긴 일일 탈퇴 신청 건수는 이튿날 1000건을 돌파하는 등 초기업노조 창립 이래 유례없는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쟁의 투표에 '임원 수당 신설' 끼워 넣기 가결 논란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깜깜이'로 통과된 직책수당 규정이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3월 총회에서 월 조합비의 5%를 집행부 직책수당으로 편성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문제는 임원 수당을 신설하는 규약 개정안을 대외적인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포함시켜 묶어 가결했다는 점이다.

설명자료 말미에 관련 조항을 배치한 탓에 상당수 조합원은 인지하지도 못한 채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쟁의 찬반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슬쩍 묻어간 꼼수 투표”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신설된 규약 제48조에 따르면 위원장은 조합비의 최대 10%(집행 인원 8명 이하 시 5%)까지 직책수당으로 편성할 수 있다. 현재 권리조합원 약 7만 명 기준(월 조합비 1만 원)으로 환산하면 매달 총액 7억 원 중 5%인 3500만 원이 직책수당으로 할당된다.

임원 5명 기준으로 1인당 평균 580만~700만 원이 돌아가는 구조인데, 현재 최 위원장은 월 1000만 원을 수령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집행부를 확대해 편성 비율을 10%까지 올리면 집행부에만 월 7000만 원이 배분돼 위원장의 수령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 타임오프 급여에 수당까지…'이중 수령' 및 횡령 의혹 확산

특히 최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 등 핵심 집행부는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를 적용받아 회사로부터 월 급여를 전액 지급받고 있다. 회사 급여를 받으면서 조합비로 수백~수천만 원의 수당을 따로 챙기는 ‘이중 수령’ 체계를 구축한 셈이어서 사내외 게시판을 중심으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식 규정이 제정되기도 전인 2025년부터 내부 회의만 거쳐 이미 수당을 수령해왔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규약상 근거 없이 조합비를 지급했다면 횡령 소지가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의혹이 제기된 2025년 하반기 회계공시 역시 예년보다 1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조합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 같은 파행 운영의 근본 원인으로는 대의원회조차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꼽힌다. 노동조합법상 예산 집행과 규약 개정 등은 총회나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초기업노조는 설립 후 3년이 되도록 대의원 선거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현재 노조의 모든 의결 권한은 최승호 위원장, 이송이 부위원장, 윤주용 사무국장, 이원일 광주지회장, 신현범 정보국장 등 단 5명의 운영위원회에 집중돼 있다. 노조 의결 규정(제38조)상 5명 중 3명이 모여 2명만 찬성하면 7만 조합원의 운명과 월 7억 원의 자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의원회 구성은 외면하면서 본인들 밥그릇을 챙기는 수당 신설만 골라 통과시킨 전형적인 방만 운영”이라며 “7만 조합원을 기만한 집행부는 불법적 운영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위원장 1인에게 집중된 편성 권한, 조합비로 렌트한 고급 차량의 사적 사용 의혹, 영수증 증빙 미공개 등 폭로성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 과반 지위 상실 위기…'반쪽짜리 노조' 전락 우려에 노노 갈등까지

이번 탈퇴 러시로 초기업노조는 '과반 노조' 지위 상실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5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1750명으로, 과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은 전체 임직원의 절반 수준인 6만4000여 명 선이다.

현재 페이스로 탈퇴가 확정되면 과반이 무너져 사측과의 교섭 주도권은 물론 지난달 고용노동부로부터 획득한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까지 박탈당하게 된다. DX 부문이 대거 이탈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만 남는 ‘반쪽짜리 노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 분열은 이미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일부 DX 부문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독단적 운영을 문제 삼으며 '임금협상 체결 및 파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노노(勞勞)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학계에서도 초기업노조 집행부의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사단법인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세미나에서 “노조의 요구는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 성격을 지니며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며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한 성과급 선지급 요구 등은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이자 계약이론 위배”라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위원장 한 사람의 월 1000만 원 수당과 5인 체제의 깜깜이 운영이 대외 협상력을 키워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내부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면서 “지도부가 직책수당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고 민주적 견제 장치인 대의원회를 즉각 구성하지 않는 한, 조합원들의 '탈노조' 행렬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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