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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800rpm으로 도는 전기의 심장”…대한민국 최대 원전, 신한울 원전의 24시간

입력 2026-05-18 12:00:00 | 수정 2026-05-18 08:18:18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최근 중동 전쟁사태로 전력 주도권 등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린 가운데 에너지 전환 시대의 전략적 대안으로 떠오른 게 원자력발전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의 31.4%를 담당하며 전체 전력의 3분의 1을 생산해내는 한울원자력본부를 지난 14일 찾았다.

신한울 제1발전소 전경. 왼쪽이 1호기, 오른쪽이 2호기./자료사진=한수원



경북 울진군 북면. 동해바다를 따라 달리자 회색 돔 구조물이 수평선 가까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원전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2호기까지 총 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었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 전력의 11.5%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원자력본부 안에는 약 4300명이 근무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2870명에 협력업체 직원까지 더한 숫자다. 안내를 맡은 김종인 한울본부 홍보차장은 “울진군 인구가 약 4만6000명인데, 원전 종사자와 가족을 합치면 지역 인구의 15~20% 정도는 원전과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자기기는 두고 들어가십시오” 원전 출입 절차는 예상보다 훨씬 엄격했다. 사전 출입 승인 없이는 정문조차 통과할 수 없었다. 보완 상 노트북과 휴대전화, 이동식 저장장치도 모두 반납해야 했다.

출입 게이트를 지나자 육중한 원자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신한울 1·2호기의 원자로 건물은 기존 한울 원전보다 더 크고 둥글었다. “예전 노형보다 산뜻해 보이죠? 완전 국산화 원전입니다.” 관계자의 설명처럼 신한울 1·2호기는 기존 한국표준형원전과 달랐다. 원자로 냉각재 펌프와 계측제어설비(MMIS)까지 모두 국산화한 APR1400 노형이다. 출력도 커졌다.

“경주 월성본부 중수로 원전은 1기당 650MW인데요. 신한울은 1400MW입니다. 월성 원전 2개 반 정도를 합쳐야 신한울 1기 출력과 비슷합니다.” 1400MW. 숫자로는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관계자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대한민국 전체 전력의 약 1.7%를 한 호기가 생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원자로 건물 외벽은 두께만 122cm. 일부 주증기배관 구간은 195cm에 달한다. 외부 충격은 물론 내부 압력까지 견디기 위한 구조다. 내부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만일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공기만 안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다.

신한울 1·2호기에 들어간 철근은 10만3000톤. 63빌딩 건설에 사용된 철근의 13배 수준이다.

신한물 원전 구조물 모형을 통해 발전 개념 설명을 듣고 있는 기후부 기자단./자료사진=한수원



분당 1800회 회전…전기 만드는 거대 심장,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안전 관리 

시설 내부는 관람로와 관람창이 있어 발전 소음과 발열을 피할 수 있는 신한울 1호기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관람창으로 깊은 수조 안에서는 푸른빛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사용을 마친 핵연료가 보관되는 곳이다. 원전은 약 18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하는데, 이때 핵연료 일부를 꺼내 저장조로 옮긴다.

“물이 가장 좋은 방사선 차폐체입니다.” 관계자의 설명처럼 저장조 물은 단순한 냉각수가 아니었다. 수위를 유지하고 온도를 낮추며, 붕산 농도까지 조절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 조용해 보이는 수조 아래에서는 펌프가 계속 순환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터빈 건물로 이동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묵직한 기계음과 열기가 전달됐다. 실제 현장은 고온 고압의 증기가 지나가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40도를 웃돈다고 했다. 관람창 안에 서 있었지만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이 느껴졌다.

관람창 너머로 길게 이어진 거대한 설비가 보였다. 터빈 발전기는 핵분열을 통해 생산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맨 앞이 고압터빈(HP)이고요. 뒤쪽 둥근 부분이 저압터빈입니다. 마지막이 발전기입니다.” 고압터빈 1대와 저압터빈 3대, 그리고 발전기까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었다. 총길이만 약 70m. 터빈 축은 분당 1800회 회전 중이었다.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고온·고압의 증기는 먼저 고압터빈을 돌린다. 이후 온도가 낮아지며 습기를 머금게 되는데, 양옆의 습분분리재열기에서 다시 수분을 제거하고 온도를 높여 저압터빈으로 보내진다.

“최종적으로 발전기에서 24KV 전기가 생산됩니다. 이후 송전탑을 거쳐 765KV로 승압돼 전국으로 송전됩니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발전기계는 쉼 없이 이어졌다. “지금도 1800rpm으로 돌고 있습니다.” 수많은 배관과 밸브, 펌프가 연결된 거대한 폐회로가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산업을 움직이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원전의 두뇌, 주제어실…“5개 조, 24시간 3교대로 실시간 관리 태세”

주제어실(MCR)은 원자력발전소의 두뇌와 같은 역할로 기능적으로는 신경망 같은 공간이다. 

‘세 번 검토 - 두 번 확인 - 한 번조작’이라는 상단 문구 아래 대형정보표시판(LDP)에 초록빛과 붉은빛으로 발전소 상태를 실시간 표시하고 있었다. 빨간색은 운전 중, 녹색은 정지 또는 대기상태를 뜻했다.

제어실은 상아색 특수 방호도장이 칠해진 벽면은 물과 불, 방사선으로부터 구조물을 보호하고 있었다. 붉은색 방화설비 배관과 묵직한 방수문·방화문은 이곳이 극한 상황까지 대비한 공간임을 보여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 설계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핵심 비상발전기는 지상에 설치돼 있었고, 방수문으로 추가 보호가 이뤄졌다. 지진 자체보다 쓰나미로 지하 비상발전기가 침수되며 냉각 기능을 상실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레드존 안쪽에 전문 운전원들은 모니터 다섯 개가 연결된 데스크 앞에 앉아 있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자로와 터빈, 전기설비를 제어한다. “왼쪽이 원자로 조종사(RO), 오른쪽이 터빈 쪽 운전원입니다.” 전화 통화를 이어가는 운전원, 모니터를 응시하는 감독자, 키보드를 두드리는 안전 담당자까지. 누구도 긴장을 놓지 않는 표정이었다.

주제어실에는 총 11명이 한 조로 근무한다. 5개 조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고, 한 개 조는 교육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는다. 황민호 운영실장은 “근무 중에는 계속 긴장 상태죠. 퇴근하고 회사 전화만 와도 가슴이 철렁한다고 합니다.”

기존의 아나로그형 발전소와는 달리 제어 개념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환한 첫 사례로, 모든 관련 절차가 전산화 절차서를 통해 활용, 운용되고 있어 신속·정확하긴 하지만 담당 업무자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식사 시간조차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도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전망대에서 3·4호기 건설 현황과 심층 취·배수 시설 공사 등을 설명하는 황희진 공사관리부장./자료사진=한수원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자료사진=한수원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우리가 짓는 건 단순한 발전소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전망대였다. 축구장 약 500여 개 면적 규모의 대단위 공사 현장에서는 크레인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원자로 건물 돔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초 콘크리트 공사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3호기는 2032년, 4호기는 2033년 준공 목표입니다.” 황희진 공사관리부장은 “2017년도에 잠시 신규 원전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2022년 정부 에너지 정책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서 신한울 3차 건설이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3·4호기 역시 APR1400 노형이다. UAE 바라카 원전에 수출된 바로 그 모델이다. 건설 현장 바로 앞 바다에는 공사용 바지선이 떠 있었다. 심층 취·배수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깊은 바다의 차가운 물을 끌어와 냉각수로 사용하고, 데워진 물은 다시 심해로 방류하는 구조다.

공사 현장 한편에는 큼지막한 문구가 붙어 있었다. “최고의 안전! 신뢰의 K-원전” 공사 관계자는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발전소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책임질 기반이고, 세계에 수출하는 K-원전의 신뢰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신한울 4호기가 준공되는 2033년까지는 누적 약 720만 명이 공사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12조3000억 원,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투입되는 법정 지원금만 약 2조 원 규모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면적당 발전량이 가장 높아 값싼 전원으로 평가받고 있고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일정한 양의 전기를 생산해 기저부하 역할을 하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으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안전에 대한 우려와 주민 수용성, 원전 폐기물 해법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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