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중동 및 아시아 국부펀드들과 손잡고 4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하면서 국내 건설기계 업계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막대한 글로벌 자본이 걸프 지역 대규모 토목 및 재건 공사에 투입됨에 따라 필수 중장비인 굴착기 수요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던 HD건설기계와 두산밥캣 등 K-건설기계가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수주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는 싱가포르 테마섹, 아부다비 신규 국부펀드 리마드(L'IMAD),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와 공동으로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은 걸프 지역과 중앙아시아 일대 인프라 프로젝트를 겨냥해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HD건설기계의 80톤급 초대형굴착기./사진=HD건설기계 제공
이번 파트너십은 중동 산유국들의 자체적인 재정 지출을 넘어 월가의 거대 자본과 글로벌 국부펀드가 결합한 메가 자본이 인프라 시장에 유입됐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대규모 토목 공사나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도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조달) 문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신용도를 갖춘 투자자들에 의해 사실상 해소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설기계 업계 입장에서 발주처의 탄탄한 자금력은 장비 대금 회수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인이다. 과거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공급사들은 단가 인하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고품질 장비를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맞이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 굴착기 수요 자극하는 밸류체인…대형 장비 투입 기대감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는 걸프 및 중앙아시아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들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토목 공사를 동반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복구하거나 광활한 사막에 새로운 교통망과 에너지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험지를 개척하고 대량의 토사를 파낼 수 있는 30톤급 이상의 중대형 굴착기와 휠로더의 투입이 필요하다.
이런 중동발(發) 대규모 장비 수요는 중국과 유럽의 건설 경기 침체로 고전하던 글로벌 건설기계 밸류체인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사 일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글로벌 펀드 주도 프로젝트 특성상 잦은 고장 없이 극한의 고온 환경을 버텨낼 수 있는 내구성 높은 프리미엄 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건설기계 품질과 사후관리(AS) 역량이 수주 당락을 가르는 공급자 우위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음을 시시한다. 가격 경쟁력을 넘어 현장에 즉각 투입 가능한 완제품 재고와 부품 조달망을 갖춘 기업이 40조 원 규모 투자에서 나오는 낙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HD현대·두산밥캣, 영업망 정비하며 중동 수주전 예열
이러한 거시적 흐름에 발맞춰 HD건설기계와 두산밥캣 등 국내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은 중동 시장에 특화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수주전 채비에 나서고 있다. 중대형 라인업에 강점을 지닌 HD건설기계는 사막의 고온과 모래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한 특수 사양 굴착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걸프 지역의 대형 토목 현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소형 장비의 글로벌 리더인 두산밥캣 역시 대형 인프라 공사의 마감 단계나 도심 내 세밀한 정비 작업에 필수적인 콤팩트 장비 수요를 노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핵심 거점에 지사와 부품 센터를 확충하며, 발주처의 즉각적인 장비 투입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지 밀착형 영업망을 구축한 상태다.
건설기계 업계 관계자는 "블랙록과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3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이 가시화되면서, 보류되었던 중동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들이 빠르게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며 "북미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K-건설기계 기업들이 탄탄한 현지 딜러망을 바탕으로 중동의 대규모 장비 교체 및 신규 투입 사이클에 성공적으로 올라탈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