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안이 회계학적 모순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진에게 심각한 민·형사상 법적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대법원 판결과 상법 개정으로 성과급의 법적 성격이 ‘배당’과 유사한 ‘사후적 이익 분배’로 명확해진 만큼,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은 과도한 성과급 합의는 경영진의 배임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19일 오전 10시 미디어펜이 주최한 ‘기로에 선 삼성 반도체, 귀족노조에 발목 잡히나’라는 주제로 열린 MP기업경제포럼 긴급좌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안은 주주와 근로자 간 이익 배분의 심각한 비대칭성을 초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19일 오전 10시 미디어펜이 주최한 ‘기로에 선 삼성 반도체, 귀족노조에 발목 잡히나’라는 주제로 열린 MP기업경제포럼 긴급좌담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안은 주주와 근로자 간 이익 배분의 심각한 비대칭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노조의 ‘영업이익 15%’ 요구… “적자나도 돈 달라는 꼴, 비대칭 불평등 초래”
현재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 인센티브 지급 기준이다. 노조 측은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대신 SK하이닉스처럼 ‘영업이익의 15%’를 기준으로 삼고, 상한제 폐지와 성과 기준의 항구적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진은 EVA 기준을 유지하되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시 국내 최고 수준 지급, 상한제 유지로 맞서는 상황이다.
홍 교수는 노조가 주장하는 ‘영업이익’ 기준의 위험성을 회계학적 원리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홍 교수는 “회계학적으로 통상임금은 영업이익 계산 전 단계인 매출원가와 판관비에서 이미 차감된다”며 “영업이익은 자본공급자인 채권자의 이자와 주주 배당, 국가에 낼 법인세가 빠지기 전의 금액일 뿐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쥐는 최종 이익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만약 막대한 부채로 이자 비용이 커서 최종 ‘당기순손실(적자)’이 나더라도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비판이다. 주주는 당기순이익이 나더라도 과거 누적 결손금이 있으면 배당을 받지 못하는데, 근로자는 적자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챙겨가는 ‘무책임의 구조’이자 이익 배분의 비대칭성이라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무리한 요구가 수용되면 중소기업이나 공기업, 심지어 골목상권(떡볶이 사업 등)까지 돈을 벌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금을 달라는 파업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글로벌 기업 중 ‘영업이익’ 단일 기준 전무… TSMC는 이사회가 결정
홍 교수는 삼성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SK하이닉스의 기준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 하나만을 성과금 지표로 삼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으며, 대다수가 법인세차감전순이익, 주가수익률(TSR), EVA, ESG 성과 등을 결합한 복합지표를 쓴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사례를 제시했다. TSMC는 정관을 통해 임원 보상은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0.3% 이내, 근로자 이익분배는 1% 이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홍 교수는 “TSMC는 성과금 비율을 노사 협상이 아닌, 국내외 업계 관행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주주총회에 보고한다”며 “반도체처럼 사이클이 극심한 산업은 불황기에 대비해 성과금을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 대법원 판결·상법 개정… “노조 요구 덥석 받았다간 경영진 배임죄 처벌 면치 못해”
홍 교수가 이번 좌담회에서 가장 강하게 경고한 대목은 ‘급변한 법적 환경’이다. SK하이닉스가 과거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체계를 정했을 때와 비교해 지금은 경영진이 지녀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다.
우선 지난 1월 29일 대법원은 5년간 끌어온 삼성전자 성과 인센티브 소송(2021다248299)에서 성과급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은 성과급이 노동의 대가가 아닌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라고 명시했다. 즉 성과급의 법리적 성격이 주주 배당과 유사하다는 점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개정된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이사는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겼다.
홍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노사 협상만으로 과도한 성과급을 제공한다면, 이는 자본비용을 도외시한 결정으로 간주돼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된다”며 “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거나 배임죄 책임을 물을 경우 민·형사상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최근 원청의 책임을 확대하는 ‘노란봉투법’ 개정까지 맞물려, 대기업발 비용 구조 왜곡이 협력사 생태계 전체로 번질 위험도 크다고 덧붙였다.
◆ 해법은 ‘임시주주총회’ 개최… 주주 의견 들어 리스크 원천 차단해야
홍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가 진행 중인 노동쟁의중지 가처분 신청이나 중앙노동위원회의 긴급조정권(강제조정) 등은 대법원 판례와 상법상의 주주보호의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며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적 리스크를 없애고 회사 구성원 간 충돌을 방지할 거의 유일한 해법은 조속히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주의 의견을 직접 듣고 성과급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제언이다.
홍 교수는 “삼성전자의 성과 뒤에는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연간 10조 원 규모의 세제 혜택과 인프라를 지원하는 등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공적 자산의 역할도 크다”며, 주주총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안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과 인센티브 기준을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이나 EVA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복합 지표로 전환할 것 △성과 비율의 항구적 고정화를 지양하고 매년 영업 실적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 위임할 것 △타 이해관계자와의 배분 불균형을 막기 위해 성과급 상한제 폐지는 신중할 것 등이다.
홍 교수는 “이번 사안이 잘못 처리되면 오랫동안 상법 체계 하에서 형성된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기본 법리가 통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엄혹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 노동 관련 충돌로 우리 경영 환경이 황폐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