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성과급 산정 기준 및 상한제 개편 등을 요구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집단행동이 산업계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노사는 총파업을 이틀 앞둔 오늘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막판 합의점을 찾기 위한 사후조정 최종 회의에 돌입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전날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안전보호시설 인력의 평시 근무가 강제된 데다, 성과급 소외감을 느낀 DX(완제품) 부문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하면서 노조 내부의 균열과 '노-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한 파업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채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으로 남아있다.
미디어펜은 19일 오전 10시 ‘기로에 선 삼성 반도체, 귀족노조에 발목 잡히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MP기업경제포럼)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전 한국재정학회 회장), 홍기용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등 경제·재정·회계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노조의 요구가 시장경제의 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 그리고 현행 법리적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미디어펜은 19일 오전 10시 ‘기로에 선 삼성 반도체, 귀족노조에 발목 잡히나’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MP기업경제포럼)를 개최하고 현재 삼성전자 노조 파업 사태의 본질과 명분을 평가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전 한국재정학회 회장), 홍기용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등 경제·재정·회계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노조의 요구가 시장경제의 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 그리고 현행 법리적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주주 배당보다 몇 배 많은 성과급 요구는 어불성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오정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자유시장연구원장)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가 정신’이 이뤄낸 결실을 나눠 먹기 식으로 탕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6년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호황을 맞이한 것은 과거 창업회장 시기부터 이어진 과감한 투자와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오 교수는 "삼성이 최고 수준의 근로조건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1인당 약 8억 원 내외로 추정되는 총 40조~50조 원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법 제462조를 들어 "영업이익은 위험을 부담한 주주에게 귀속돼야 하는 잔여청구권"이라며, "지난해 주주 배당이 11조 원 수준이었던 것에 반해 몇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며,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과 국제 투자 분쟁을 자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손실 분담 없는 이익 공유는 모순…책임의 비대칭성 유발"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전 한국재정학회 회장)는 '자유주의 재산권' 관점에서 노사갈등의 본질을 짚었다. 현 대표는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익의 본질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기여가 아니라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한 대가'라고 정의했다.
그는 "재산권은 위험부담의 함수이며, 최종적으로 실패의 책임을 지는 주주가 잔여수익(residual income)의 정당한 소유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자는 사전에 약정된 계약에 따라 안정적인 임금을 보장받으며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고정계약 참여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 대표는 "기업이 적자를 내고 투자에 실패해도 노동자가 손실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이익의 분배만 요구할 수는 없다"며 "손실은 거부하면서 이익만 공유하겠다는 노조의 주장은 책임과 보상의 '대칭성'이라는 시장경제의 핵심 질서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 대표는 정부가 '국가경제 위기'를 이유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등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자유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기업과 노조는 어디까지나 '자발적 계약의 주체'인 만큼, 노조의 단체행동권 자체는 존중되어야 하며 결과 역시 당사자들이 철저히 자신들의 책임과 위험 하에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타협해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 대표는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면 재산권 질서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노조 요구 덥석 받았다간 경영진 배임죄 처벌 리스크"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노조의 요구가 회계학적 모순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급변한 법적 환경 속에서 경영진에게 치명적인 민·형사상 법적 리스크를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영업이익은 이자, 주주 배당, 법인세 등이 빠지기 전의 금액일 뿐 기업의 최종 이익이 아니다"라며, 당기순손실(적자)이 나더라도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주는 구조는 기업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는 '무책임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 단일 지표를 쓰는 곳은 없으며, 대만 TSMC처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보수적으로 성과금을 운영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교수는 최근 급변한 사법 환경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대법원이 올해 1월 성과 인센티브를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배당과 유사)'라고 최종 판결한 데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주주 의견 없이 과도한 성과급을 수용한다면 주주대표소송이나 배임죄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해법은 '임시주주총회'… "시장경제 엄격한 대칭성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대만 TSMC가 독주하고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완공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이 급박하게 재편되는 시점에 때 아닌 내부 분쟁으로 기회를 날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태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홍기용 교수는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제안했다. 대법원 판례와 상법상 주주보호의무가 강화된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여 법적 리스크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계는 성과 지표를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순이익이나 EVA(경제적 부가가치) 등 글로벌 기준의 복합 지표로 전환하고, 성과급 상한제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국 삼성 반도체가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이익을 공유하려면 손실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시장경제의 엄격한 대칭성 원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좌담회의 핵심 메시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