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이자·세금도 안 냈는데 내 돈?”…삼성 노조 ‘회계 착각’이 부른 파국

입력 2026-05-20 10:41:04 | 수정 2026-05-20 11:08:57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예정일을 단 하루 앞둔 20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막판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하고 협상에 돌입했다. 전날 밤샘 협상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다시 마주 앉은 노사는 파업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노사 양측이 일부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질적인 핵심 쟁점인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 사태의 대립이 단순히 분배 비율의 문제를 넘어, 노조 측이 회계학적 기본 개념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오인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20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새벽 시작된 3차 사후조정 회의를 오전 10시에 속개했다. /사진=연합뉴스




◆ “영업이익이 최종 내 돈인 줄 알아”…회계 오해가 부른 ‘적자 사업부 퍼주기’

현재 전삼노 측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 중 70%는 DS(반도체) 부문 전체 직원에게 실적과 관계없이 균등 배분하는 방식을 요구해 왔다.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도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인 1인당 4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게 된다.

학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전삼노의 요구안이 기업 회계의 가장 기초적인 흐름조차 무시한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조가 ‘영업해서 남은 이익’이라는 사전적 자구에만 갇혀, 기업이 실제로 통제하고 분배할 수 있는 최종 재원인 ‘당기순이익’의 개념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물건을 팔아 번 매출액에서 원가와 인건비, 마케팅비(매출원가 및 판관비)를 빼고 남은 손익이 바로 영업이익이다. 즉, 직원의 유공에 대한 보상인 통상임금과 기본적인 성과급 재원은 이미 이 영업이익을 도출하기 ‘전’ 단계에서 비용으로 100% 차감된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영업이익은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최종 이익’이 아니라, 채권자와 국가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의무가 남아있는 ‘중간 허리 단계의 금액’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이 발생했더라도 기업은 금융기관에 막대한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고유가·고환율 등 대외 리스크로 발생한 ‘영업외손실’을 메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가에 낼 ‘법인세’까지 납부하고 나서야 비로소 기업이 온전히 손에 쥐는 당기순이익이 남는다. 이 당기순이익만이 기업의 실질적 지불 능력이자, 미래 자본 투자를 위한 유일한 원천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이 점을 꼬집었다. 홍 교수는 “대기업일수록 타인 자본 의존도가 높아 영업이익에서 이자 비용과 환율 변동 손실 등을 먼저 제하는 것이 철칙”이라며, “채권자에게 줄 이자와 국가에 낼 세금도 계산하기 전인 중간 단계의 영업이익을 쪼개 성과급으로 먼저 선취하겠다는 것은 회계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상식 밖의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 회장 역시 노조 요구에 내포된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현 전 회장은 “이익이 날 때만 영업이익에서 빼가고, 대외 악재로 손실이 날 때는 노동자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는 모순”이라며, “적자를 내는 사업부까지 무차별적으로 흑자 부서의 결실을 균등 배분하라는 것은 시장경제의 핵심인 ‘성과주의 원칙’을 뿌리째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정치권·여론 다 삼성 편인데, 노조안 수용하나

이러한 회계적 시각 차이 속에서도 파업 파국을 막기 위한 조율이 진행 중이다. 전날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에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사측 대표인 여명구 DS부문 피플팀장(부사장)이 참석했으며,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까지 직접 참관하며 간극 좁히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일부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절충안은 기존 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되, 영업이익의 12% 수준에서 특별포상금 형태의 제도화를 3년 시한으로 신설하는 방안이다. 배분 비율 역시 전체 재원의 70%는 반도체 전 부문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는 각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이 조율 중이다. 

당초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유리한 배분이 ‘성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선을 그었으나, 파업으로 인한 가동 중단만큼은 막기 위해 전격 수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측이 당장의 파업 압박을 피하기 위해 노조의 무리한 ‘회계적 오류’가 담긴 요구를 수용해 줄 경우, 국내 산업계 전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현 정부와 정치권 등은 실용주의와 국익을 강조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전쟁 와중에 명분 없는 파업은 국익을 해친다"는 기조 아래,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하는 등 엄중한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 여론 역시 적자 사업부까지 수억 원의 성과급을 균등 수령하겠다는 노조의 주장에 "일반 노동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정의 가치에 위배된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 국민 여론이 모두 성과주의 원칙을 지키라고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엄중한 시기에 사측이 이자도 안 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무차별 선취를 허용해 준다면, 향후 타 대기업 노조들에게도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최악의 부당 전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