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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이탈·계약 차질 우려…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주주·시장 불안 키우는 '독선

입력 2026-05-20 14:04:32 | 수정 2026-05-20 14:04:25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고강도 임금·성과급 요구가 업계 안팎에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회사 측이 업계 최고 수준에 가까운 보상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가 연봉 20%대 인상과 거액의 격려금,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고수하며 파업까지 강행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경쟁력과 한국 바이오 산업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틀째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1게이트 정문 앞에서 열린 노조 결의 대회 모습.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13차례 넘는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사는 수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여전히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노조 요구안 수준이다. 업계와 공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평균 연봉은 약 1억1000만 원 안팎으로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 최상위권 수준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처우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노조는 현재 기본급 14.3% 인상과 전 직원 대상 350만 원 정액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액 인상분까지 반영하면 신입사원 기준 실질 인상률은 20%를 웃도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노조는 1인당 3000만 원 규모 격려금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실성을 벗어난 요구”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실질 20%대 임금 인상과 거액의 격려금,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까지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협상보다는 강경 투쟁에 무게가 실린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회사도 최대한 제시”…강경 기조에 커지는 피로감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반면 회사 측은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임금 6.2% 인상과 약 600만 원 수준의 일시금을 포함한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바이오 투자 위축 속에서도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주요 제조 대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이 통상 3~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6%대 인상안은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회사가 충분히 성의 있는 안을 냈는데도 노조가 기존 요구안을 유지하면서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기존 요구안을 유지하면서 결국 파업 수순으로 들어갔다. 노조는 3월 말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4월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5월부터는 창사 이래 첫 전면 파업까지 진행했다.

노사는 파업 이후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앞서 “노조 요구안은 현재 회사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노조 요구안에는 신규 채용과 인사 고과, 인수합병(M&A) 등에 대해 노조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요구가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경영권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나타낸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교섭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경영 판단 영역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려는 모습은 시장에서도 부담스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생산 현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한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시적 파업도 막대한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짓스는 부분 파업 기간에만 약 1500억 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 규모는 수천억 원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강경 일변도보다 현실적 타협 필요” 목소리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4공장 배양기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결국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글로벌 CDMO 시장에서 공격적인 증설과 대형 수주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기에 노사 갈등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모습 자체가 시장에 불필요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 특성상 안정적 운영과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노사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재처럼 노조가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경우 협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설비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금 배당보다는 성장 투자에 무게를 둬왔다. 상당수 투자자들도 이를 감수하며 회사 성장성을 지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고강도 임금·성과급 요구와 파업이 반복될 경우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 시선도 부담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노사 환경을 강점으로 글로벌 빅파마 수주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대규모 파업과 생산 차질 사례가 반복될 경우 고객사들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거나 계약 조건에 ‘노사 리스크’를 반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노조의 권리 행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협상은 결국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라며 “이미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 처우와 높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노조 역시 지속 가능한 방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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