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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슈퍼사이클①] "안정적 전력망이 생명"…빅테크가 소환한 K-원전·SMR

입력 2026-05-20 15:33:08 | 수정 2026-05-20 15:50:28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물리적 인프라 확보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다. 막대한 전력 생산(발전)부터 안정적인 백업(저장), 서버의 발열 통제(냉각)에 이르기까지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3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중후장대 산업이 차세대 솔루션을 제시하며 돌파구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차세대 전력원인 SMR(소형모듈원전) 생태계부터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액침냉각 신사업까지 AI 데이터센터의 한계를 돌파하며 핵심 인프라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K-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IT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경쟁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보가 산업의 병목 현상으로 부상했다. 막대한 전기를 24시간 내내 공급해야 하는 AI 산업의 특성상 국내 원전 및 조선업계가 글로벌 전력난을 해소할 솔루션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 발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며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립 경쟁이 확산되면서 국내 원전 및 조선업계가 글로벌 전력난을 해소할 솔루션 공급자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제미나이



◆ 신재생 간헐성 뚫는다…원전으로 선회한 이유

AI 데이터센터는 수만 대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와 이를 식히는 대규모 냉각 설비가 동시에 가동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전기 대량 소비처'다. 기존의 단순 텍스트 검색과 달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연산은 전력 소모량이 수십 배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기상 조건과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365일 무중단 가동이 필수인 데이터센터의 기저 전력을 안정적으로 감당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결국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CFE)이면서도 날씨와 무관하게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꼽혔다. 실제로 MS가 가동이 중단됐던 스리마일섬 원전의 재가동을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아마존이 원전과 직결된 데이터센터 부지를 매입하는 등 빅테크의 원전 선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초기 건설 비용이 적고 안전성이 우수한 SMR을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원으로 독립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SMR 파운드리 정조준…두산에너빌리티 주단조 역량

이같은 글로벌 원전 시장 재개편 과정에서 주목받는 곳은 두산에너빌리티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을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전으로, 고도의 정밀 가공 기술과 안전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한 엔지니어링 데이터와 세계 최고 수준의 초대형 주단조(금속을 쇳물로 녹여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엑스에너지(X-energy) 등 글로벌 선두 SMR 설계 기업들과 일찍이 지분 투자 및 파트너십을 맺었다.

원천 설계 기술은 미국 등 해외 테크 기업들이 쥐고 있지만, 복잡한 도면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하드웨어 제작(제조) 역량'은 국내 업계가 사실상 글로벌 밸류체인을 주도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TSMC처럼 SMR 시장의 독보적인 '위탁생산(파운드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수주 잔고를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 육상 부지 한계 우회…K-조선이 그리는 '바다 위 발전소'

육상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주기기 제조를 주도한다면 바다에서는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형태의 전력 인프라 플랫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해양 플랜트 건조 역량을 활용해 SMR을 탑재하는 '부유식 해상 발전 설비' 생태계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SMR이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다 하더라도, 육상에 건조할 경우 천문학적인 부지 매입 비용과 인허가 지연,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NIMBY) 등 복잡한 사회적·물리적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더욱이 대규모 전력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 확보도 쉽지 않다.

조선업계가 제시한 부유식 해상 원전은 이러한 한계를 일시에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조선소 도크에서 안전하게 발전 설비를 완공한 뒤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연안으로 예인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육상 부지 매입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바닷물을 냉각수로 직접 활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실제로 HD현대는 글로벌 SMR 기업인 테라파워 등과 손잡고 해상 원자력 발전선 개발 및 선급 인증 획득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해양 사업부의 역량을 결집해 해상 SMR 플랫폼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구체화하고 있다. 육상의 정통 제조 기술과 해상의 플랜트 시공 능력이 투트랙으로 맞물리며 글로벌 AI 전력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패권 경쟁이 격화될수록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가능케 하는 물리적 하드웨어 인프라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며 "원전 주기기 제작부터 해상 부유식 발전 설비 건조까지 아우르는 국내 중후장대 밸류체인은 글로벌 AI 전력망 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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