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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시대 도래①] 혁신과 생존의 갈림길…완성차, "경쟁 구도 바뀐다"

입력 2026-05-27 14:02:07 | 수정 2026-05-27 14:33:37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 전환과 함께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대전환이라는 또 다른 혁신의 기로에 서 있다.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무선 업데이트(OTA),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등을 기반으로 한 'SDV'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SDV 전환이 자동차 산업 구조와 경쟁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또 어떠한 과제가 남아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마력·토크·배기량 등 하드웨어 성능 중심이던 경쟁 구조는 OTA, AI,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전에 돌입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운영체제(OS), OTA, AI 음성 비서, 차량용 앱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SDV는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출고 이후에도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구조의 차량을 의미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사진=AI 생성



◆ 완제품에서 플랫폼으로…'업데이트 경험'이 경쟁력

SDV 전환의 핵심은 자동차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완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꾸는 데 있다. 기존 차량은 출고 시점에 상품성이 대부분 결정됐지만, SDV 체계에서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개선과 신규 서비스 추가가 가능하다.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음성인식, 주행 보조 기능 등이 소프트웨어와 결합되면서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스마트 기기와 유사한 성격을 띠게 됐다. 이로 인해 차량의 가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행 성능과 디자인, 내구성이 완성차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차량 출고 이후에도 기능을 개선하고, 인공지능과 앱 생태계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차량 내 앱 생태계 확대도 중요한 변화다. 완성차 업체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 음악, 영상, 게임, 웹 검색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를 차량 안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향후 구독형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SDV 전환을 앞당긴 대표 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OTA 기반으로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OS와 중앙집중형 전자·전기 아키텍처 구축에 나서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매섭다. BYD, 샤오펑 등은 전기차 경쟁력을 기반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주행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 현대차그룹 '내재화+협력' 투트랙…스텔란티스, 600억 유로 투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글로벌 시장은 '독자 OS 확보'를 둘러싼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단순 제조 능력을 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주도권 경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을 위해 소프트웨어 역량 내재화와 외부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범용적인 플랫폼이나 인프라는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해 속도감 있게 확보하되, 자동차의 핵심 두뇌와 독자적인 운영체제 기술만큼은 자체적으로 보유한다는 구상이다.

그룹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포티투닷은 최근 엔비디아 출신 자율주행·컴퓨터 비전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이는 자율주행과 SDV 핵심 기술을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고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오디오가 앱 화면에서 동시에 실행되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최근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공개했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대화면·슬림 디스플레이, AI 음성 비서 '글레오 AI',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AAOS) 기반의 개방형 앱 마켓을 적용한 차세대 시스템이다. 차량에 생성형 AI와 개방형 앱 생태계를 적용해 소프트웨어 기반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더 뉴 그랜저에 처음 탑재하고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약 2000만대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유럽 전통의 강자들도 생존을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에 나섰다. 스텔란티스는 향후 5년간 600억유로 이상을 투입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 '패스트레인 2030'을 통해 SDV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동화와 SDV 전환, 플랫폼·파워트레인 투자,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 '달리는 컴퓨터'…생존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SDV 경쟁은 단순한 편의 사양 경쟁이 아니다. 차량 구조와 개발 방식, 수익 모델까지 바꾸는 산업 구조 자체의 대전환에 가깝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분리되면서 완성차 업체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기능을 추가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는 완성차 업체의 수익 모델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구독형 서비스, 데이터 기반 서비스, 앱 생태계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일회성 판매 상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개선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뀌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DV 전환은 단순히 차량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개발 방식과 조직 문화, 협력 구조까지 바꿔야 가능한 변화"라며 "앞으로는 얼마나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느냐가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격변기 속에서 완성차 업계가 기존의 보수적인 순혈주의 개발 방식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고집을 버리고 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필요한 기술 우군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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