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무력 충돌로 얼룩지며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협상 타결 기대감에 하락했던 유가가 하루 만에 급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극심한 가운데 물류망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분석이 겹치며 정유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세계 주요국들이 선제적으로 비(非)중동 원유 확보에 나서며 조달 단가마저 오르고 있어 국내 정유업계는 거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정제마진 압착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무력 충돌로 얼룩지며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압착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진은 울산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7월물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3.58% 급등한 배럴당 99.5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휴전 연장 협상 기대감에 하락세를 보였던 유가가 하루 만에 상승 반전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런 유가 급변동은 미군이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일대를 선제공격하고 이란이 미군 무인기를 격추하는 등 무력 충돌이 재발한 영향이다. 여기에 미국 측이 중동 국가들에 아브라함 합의 참여를 압박하면서 협상이 한층 복잡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 입장에서 이같은 유가 변동성은 재고 관리와 마진 헷징(위험 회피)을 어렵게 만든다. 단기적인 유가 등락에 따라 원유 재고평가손익이 흔들리며 석유 제품의 판매 가격 산정에도 상당한 혼란을 초래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방해하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한다.
◆ 훼손된 물류망…커지는 실물 원유 조달 리스크
문제는 널뛰는 유가 이면에 자리 잡은 실물 원유의 물리적 공급 시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양국이 전격적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더라도, 실제 아시아 항구에 원유가 정상적으로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기뢰 폭발 위험이 제거되고 선사들이 운항을 본격 재개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 장기화가 예견되자 원유 소비국들은 일찌감치 조달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발 공급 차질을 메우기 위해 최근 베네수엘라, 브라질,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원유 시장 큰손들이 중동 외 지역 원유를 싹쓸이하면서 비중동 원유에 대한 시장 프리미엄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훼손된 물류망을 회피하려는 밸류체인 쏠림 현상이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원유 도입 단가(OSP) 상승물론 대체 노선인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등에 따른 해상 운임비 폭등까지 연쇄적으로 촉발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 대체 도입단가 상승 직격…수익성 방어 험로
국내 정유업계는 결과적으로 거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수익성 방어라는 험로를 걷게 됐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위해 미주와 아프리카 등으로 도입 다변활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도 등 아시아 경쟁국들의 선제적 물량 확보 탓에 경제성 있는 원유를 적기에 조달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제품 판매 가격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널뛰는 유가로 인해 상방 압력이 제한적인 반면 대체 원유 조달에 투입되는 비용은 지속해서 상승하며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비싸게 사 온 대체 원유로 만든 제품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마진 압착' 현상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불확실성으로 국제 유가가 방향성을 잃고 널뛰는 가운데, 호르무즈 물류망이 복구될 때까지의 물리적 시차가 정유사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라며 "변동성 장세 속에서 재고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중동 원유 도입 비용 상승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