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스타벅스 불매' 여론이 실제 매출 타격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특정 기업의 이슈를 대통령이나 정부가 직접 언급하는 사례가 유독 잦은 가운데, 공교롭게도 거론된 기업들이 실제 사건·사고 이후 장기적인 실적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스타벅스 사태의 파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8일 AI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주간 결제금액은 '탱크 데이' 논란이 불거진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26.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전주 결제액과 비교해도 약 25%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스타벅스 앱 신규 설치 건수 역시 23.6%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부처와 정치권이 나서 '스타벅스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의 행보가 실제 '스타벅스 불매' 여론이 확산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스타벅스의 마케팅 논란이 역사 인식 차원을 넘어 진영 논리로 비화됐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문제의 원인 규명이나 재발 방지 논의보다는 개별 기업에 대한 과도한 책임 묻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식기업 관계자는 "마케팅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 대표이사까지 해임한 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 경영"이라며 "소비자 신뢰 회복과는 별개로, 기업에 이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식품·유통업계는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의 직접적인 언급 대상이 됐다. 지난해 SPC그룹 삼립의 시화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SPC그룹은 재발방지를 위해 3000억 원 규모 안전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 질타 속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크보빵' 등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2026년 1월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지난해 말 쿠팡도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과기정통부, 노동부, 공정위 등이 총동원돼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샅샅이 들여다봤고, 정보 유출을 넘어 노동 문제와 불공정 거래 등으로 사태가 확산됐다. 수차례 청문회와 쿠팡 비판 집회 등 정치권은 '쿠팡 사태' 최전선에서 '탈 쿠팡' 여론을 주도했다.
실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이름이 거론된 기업들은 사건 이후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삼립의 경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87억 원으로, 전년 950억 원과 비교해 59%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 200억 원 넘게 감소하며 영업손실 43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쿠팡의 실적 악화는 한층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말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이후 대대적인 '탈팡' 운동이 일면서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7% 급감한 115억 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 3545억 원을 기록하며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 과정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발언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악질 패륜 행위', '저질 장사치' 등 거친 어휘를 사용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소나기 피하기성 가식적 사과"라고 말했으며, 조승래 사무총장은 "진정성 없는 황당한 궤변"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는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긴 기업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며 불매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6년 5월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실제로 '스타벅스 불매' 여론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앞서 배달플랫폼 노동조합, 공무원 노동조합 등이 스타벅스 불매를 선언한 데 이어, 전국민중행동 등 시민단체 146곳도 전날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를 공식 선언했다. 스타벅스 기프티콘 환불 인증, 모바일 앱 집단 탈퇴 등을 통해 불매 운동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에서는 불매 여론이 스타벅스를 넘어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이같은 불매운동 확산 우려를 반영해 이마트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30% 가까이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28일 2시 기준 이마트 주가는 8만5300원으로, '탱크 데이' 논란이 터지기 전인 15일 10만2500원 대비 약 16.8%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 유통 기업들이 유독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는 것은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산업 특성 상 대중의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다수 유통기업들은 내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하면 최대한 덜 아프게 맞기 위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