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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산업가속화법 장벽…배터리업계, 중국 제치고 영토 탈환하나

입력 2026-06-05 09:31:51 | 수정 2026-06-05 09:31:4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유럽연합(EU)이 역내 제조업 비중을 끌어올리고 경제안보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역학 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을 겨냥한 진입 장벽이 공식화된 가운데 유럽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구조적 반사이익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5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배터리 기술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한 신흥 전략제조 분야에서 제3국의 대규모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대한 사전 승인 의무를 부과하는 고강도 심사 체제를 도입했다. 이번 투자 심사 제도는 기존 안보 차원 심사와 달리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역내 부가가치 기여도를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규제의 핵심은 투자 금액이 1억 유로를 초과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국적국이 해당 분야 글로벌 제조역량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때 발동된다는 점이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셀 및 핵심 소재 가치사슬에서 이 기준을 넘어서는 국가는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제조역량 비중이 규제 기준치인 40%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해당 사전 심사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구조적 이점을 누리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단가 우위를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오던 중국 CATL, BYD 등의 영토 확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반대로 규제 리스크가 없는 국내 배터리 3사 중심으로 공급망 주도권이 재편될 수 있는 분기점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 다급해진 완성차 업계, 국내 배터리 3사로 결속

이런 규제 환경의 변화는 배터리 제조사와 글로벌 완성차(OEM) 업체 간의 역학 구도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현재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 절감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유럽 IAA까지 가시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중국산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딜레마에 직면했다.

결국 탈중국 공급망 확보가 다급해진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 안정성이 입증된 국내 배터리 3사로 향할 수 밖에 없다. IAA는 공공조달 및 공공지원(보조금, 융자, 조세 혜택 등) 참여시 역내 원산지 요건인 '메이드 인 유럽'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미 헝가리, 폴란드 등 EU 역내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거점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규제 적격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이다.

결과적으로 현지 공급망 인프라가 부재한 경쟁사들과 비교해 국내 기업들은 수주 우위를 확보하며 중국에 내줬던 점유율을 탈환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 역시 공공지원 배제나 과징금 등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K-배터리 3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결속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발효 3년 후 5대 부품 족쇄…소재 밸류체인 현지화 과제

다만 이번 법안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장기적 호황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IAA가 규정한 차량 구동용 배터리 원산지 제한 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단계적 강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효 초기 6개월 동안에는 배터리 셀을 포함한 3개 이상의 주요 구성품만 유럽산을 쓰면 되지만 발효 3년 후부터는 배터리 셀은 물론 양극재(양극활물질)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포함한 5개 이상의 핵심 부품을 반드시 유럽 현지에서 조달해야만 '유럽산 배터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지에서 셀 조립 공장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소재 밸류체인 전체가 유럽 내에 현지화해야 장기적 점유율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향후 유럽 내에서 추가 설비 증설이나 신규 투자를 진행할 경우 전체 인력의 50% 이상을 EU 국적 노동자로 채워야 하는 필수 고용 요건과 연간 총매출액의 최소 1% 이상을 EU 내 R&D에 투자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항도 기업들에는 장기적인 비용 부담이다.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주요 소재 파트너사들과의 동반 현지 진출을 조율하고 역내 공급망의 완결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향후 한국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롱런을 가를 최종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U 산업가속화법은 중국의 무분별한 침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 유럽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올 거대한 반사이익이자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며 "결국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지 파트너사들과 손잡고 원소재 제련부터 핵심 부품 제조까지 아우르는 '탈중국 유럽형 현지 공급망'을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가 점유율 패권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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