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이 경찰 수사로 번지면서, 개별 기업의 마케팅 실수에 사법적 잣대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예정된 마케팅 내용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논란을 완전히 예방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중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 데이’ 마케팅 논란이 확산하면서, 관련 단체들의 고소·고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박하성씨 등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5명은 지난 20일 정 회장과 손 전 대표 등을 5·18특별법 위반 및 모욕 혐의로 고발했다. 같은 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정 회장과 손 전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지난 28일엔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세 곳(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도 정 회장과 손 전 대표 등을 5·18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을 두고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비판적 언급이 잇따르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는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마케팅 과정에서의 단순 실수가 사법 기관의 조사 대상에 오르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계획 중인 마케팅 내용을 재검토하는 등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다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속도를 맞춰야 하는 유통업계에서는 논란을 100%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식기업 A사 관계자는 “단어 하나, 이미지 한 장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언제든 정부와 정치권의 언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무진 사이에 팽배하다”면서 “소비 트렌드를 제때 공략해 효과를 보려면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한데, 실수 한 번에 지나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B사 관계자도 “가맹 사업 특성상 만약 가맹본부가 진행한 마케팅에서 논란이 빚어지면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가는 구조기 때문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논란이 터지면서 내부적으로 홍보 자료와 마케팅 활동 등에 한층 주의를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상업적 마케팅 실수가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로 확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식품기업 C사 관계자는 “최근 홍보 플랫폼이 온라인, SNS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이를 담당하는 조직도 소수 인원의 여러 팀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트렌드 변화 가속에 맞춰 소규모 마케팅을 다수 진행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결재 과정도 상대적으로 간소화됐는데, 이를 모두 꼼꼼히 검수하기엔 시간, 인력, 비용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2026년 5월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서울 조선팰리스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를 두고 시장 자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의 잘못된 마케팅에 대한 평가도 시장과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하는데, 외부의 지나친 개입이나 사법적 잣대는 자칫 기업활동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업의 마케팅 이슈가 진영 논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에 잘못된 행태가 있다면 (불매 운동 등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맡겨야 할 일이지, 정부가 기업 활동에 의견을 피력한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면서 “스타벅스 불매가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이것은 정치권이 너무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객관적인 범법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정부가 나서서 논란을 전국적 사안으로 확대하는 것은 기업에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해서 매번 기업을 과도하게 옥죈다면, 자율성과 창의성 등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