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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캐즘 뚫은 AI 전력망…배터리 3사, ESS 밸류체인 정조준

입력 2026-06-01 16:30:21 | 수정 2026-06-01 16:30:2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과 일본이 인공지능(AI) 국가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본을 공동 투자하며 글로벌 AI(인공지능) 패권 연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넘어 로봇·자율주행 등 이른바 '피지컬 AI'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할 에너지저장장치(ESS) 생태계가 K-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구조적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추진되는 국가 AI 프로젝트인 '제네시스 미션'의 첫 국제 파트너로 참여해 향후 5년간 총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대규모 AI 기업공개(IPO) 붐에 따라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아시아의 전력 설비, 첨단 소재, 냉각 장비 등 AI 인프라 공급망 기업들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본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의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 피지컬 AI 확산에 폭발적 전력 수요…ESS 필수재 격상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성형 AI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등 물리적 형태를 띤 피지컬 AI로 투자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가상 공간의 연산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의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하드웨어 융합 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피지컬 AI 생태계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AI 서버와 24시간 작동하는 대형 기계 장치들이 결합해 기존 전통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초월하는 전력 소비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필연적으로 기존 송배전망의 물리적 한계인 전력 병목 현상을 유발하며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활한 전력 공급 시스템 없이는 자본이 투입된 AI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언제든 가동을 멈출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부하가 몰리틑 피크 타임에 방출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대용량 ESS가 보조 설비를 넘어 AI 생태계의 필수 인프라로 격상됐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장비로 끊김 없이 전달하는 전력 제어 밸류체인의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 대규모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시장 빅뱅

미국과 일본이 결성한 이번 10억 달러 규모 AI 연대는 양자 기술, 핵융합, 바이오 깃등 물리적 인프라를 수반하는 차세대 밸류체인 선점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 자본이 직접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연관 산업 생태계 전반의 폭발적인 외형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국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전력망 인프라 생태계에서 데이터 유출이나 시스템 해킹 우려가 있는 중국산 장비와 설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는 역학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 기술의 내재화와 동맹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지정학적 장벽이 높아지며 글로벌 ESS 시장을 저가 공세로 장악하던 중국 닝더스다이(CATL)나 비야디(BYD) 등 중화권 기업들이 미·일 연합 전선에서 사실상 밀려나는 비대칭적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충에 천문학적인 자본이 선제적으로 투입되는 상황에서, 중국산의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하고 시스템 안정성을 장기간 담보할 수 있는 '비(非)중국' 대체 공급망 확보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3사, 범용 제조업 늪 탈출하나…수주 잔고 직결

이러한 거시적 시장 구조 변화는 전기차(EV) 수요 둔화 장기화로 고전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에 거대한 밸류체인 다변화의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범용 제조업의 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안보 국면을 지렛대 삼아 B2B 중심의 고부가가치 하이엔드 전력망 인프라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등 안전사고에 민감한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초기 구축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에너지밀도가 높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제어 역량이 검증된 삼원계(NCM) 배터리 팩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년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을 상대로 축적한 기술적 신뢰도가 시장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미·일 AI 동맹으로 촉발된 전력망 인프라 빅뱅은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제조업의 단가 경쟁 구조를 우회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배터리 셀 탑품 구조를 넘어 국가망 단위의 전력을 통합 제어하는 인프라 밸류체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경우 중장기 수주 잔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일의 AI 동맹과 피지컬 AI의 부상은 글로벌 전력망 인프라의 확충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고품질 ESS 수요 여건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보 역학 관계 속에서 북미와 일본의 전력망 ESS 시장 진입을 가속화한다면 전속 시장(캡티브 마켓)과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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