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이달 중순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우주기업 SpaceX를 둘러싸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대한 투기적 광풍에 휩싸였다. 아직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을 직접 살 수 없음에도 간접 투자 상품으로 막대한 자금이 밀려들면서 월가에서는 닷컴버블과 상장 붐 직후의 급락기를 연상시키는 위험한 과열 신호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둔 우주기업 SpaceX를 둘러싸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대한 투기적 광풍에 휩싸였다. /사진=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paceX 지분을 보유한 영미권 뮤추얼펀드 3개와 상장지수펀드(ETF) 4개에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 계획이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14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주식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SpaceX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17.9%를 SpaceX에 투자 중인 영국의 대형 폐쇄형 펀드 스코티시 모기지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는 최근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7%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실정이다. 각각 18.9%, 13.8%의 비중을 담은 에든버러 월드와이드와 베일리 기포드 US 그로스 역시 올해 들어 일제히 프리미엄 거래로 전환됐다.
자산운용사들의 상품 출시 경쟁도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재 SpaceX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내세운 신규 ETF 최소 14개가 상장을 대기 중이다. 특히 그래닛셰어즈, 레버리지셰어즈, 디렉시온 등 주요 운용사들은 주가 움직임을 수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출시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기 테마 관련 ETF를 벽에 스파게티 면을 던지듯 대량 출시한 뒤 살아남는 것만 챙기는 스파게티 캐논 관행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배율 파생 상품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해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SpaceX는 재사용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통해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꾼 데다, 올해 2월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까지 합병하며 성장 기대감을 키웠다. 현재 OpenAI와 앤트로픽을 제치고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비상장 기업 지위를 굳혔으며, 이번 상장에서 최소 1조7500억달러(약 2600조원)의 몸값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에 속한 영국의 필트로닉과 한국의 스피어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뛰는 등 관련 주들도 동반 폭등세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현재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배리 클래빈 주식 부문 총괄은 "이 모든 현상은 시장의 적신호로 봐야 한다"면서 "고민 없는 과감한 투자가 이긴다는 주장이 득세하는데 이런 방식이 결국 어떻게 끝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르미냑의 크리스토퍼 배럿 글로벌 주식 총괄 역시 "투자자들이 적정 가격을 따지지 않은 채 무작정 돈을 들고 뛰어드는 투기적 광풍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뉴버거 버먼의 레노스 샤비데스 증권자본시장(ECM) 총괄 또한 "커리어를 통틀어 단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혁신 기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자금 쏠림과 IPO 열풍은 급격한 침체를 겪었던 2021~2022년의 시장 고점 신호와 지나치게 닮아 있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SpaceX는 이르면 이달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외신에 따르면 오는 4일 투자설명회(로드쇼)를 시작으로 11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12일부터 본격적인 거래를 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월가 초대형 투자은행 5곳이 상장 주관사로 참여하며 종목코드는 SPCX로 알려졌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