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강제노동 제재를 명분으로 글로벌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해 온 국내 태양광 업계가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도 관세 대상국에 포함됐지만 이번 조치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 리스크가 아닌 중국 업체들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의 강력한 중국 견제 정책이 국내 태양광 업계에 가격 결정력을 높여주는 보증수표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사진=한화솔루션 제공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USTR은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유통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한국을 비롯한 60개국의 수입품에 10~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경제권에는 10%가 적용되는 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는 최고 수준인 12.5%의 징벌적 관세율이 매겨졌다.
이번 관세 예고는 사실상 글로벌 태양광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밸류체인을 미국 인프라 시장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신장산 폴리실리콘 퇴출 역학…OCI·한화 공급망 다변화 결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그동안 저가 노동력과 정부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전반을 과점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USTR이 12.5%의 추가 관세 장벽까지 세우면서 중국산 원재료가 섞인 태양광 제품은 사실상 북미 인프라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는 제조사들은 원가 경쟁력보다 공급망 투명성을 입증해야 하는 무역 환경적 전환점에 직면하게 됐다.
이런 무역 구도 변화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수년 전부터 공급망을 완벽히 재편하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전개해 왔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검증된 밸류체인을 무기로 계약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OCI홀딩스는 중국 신장산 제품이 글로벌 시장을 교란할 때도 말레이시아 친환경 수력발전 기반의 생산 기지를 고수하며 비(非)중국산 클린 폴리실리콘 밸류체인을 유지해 왔다.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이 'UFLPA 규제를 완벽히 비껴갈 수 있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공급처'로 OCI홀딩스를 지목하면서 OCI홀딩스는 단가 경쟁력을 행사하는 구조적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 다운스트림까지 이어지는 구도…북미 시장 지배력 강화
다운스트림인 모듈 부문에서도 K-태양광의 존재감은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태양광 생산 복합 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한 한화솔루션은 현지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동시에 OCI홀딩스 등 비중국계 파트너들과 손잡고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고 있다. 원료 조달부터 최종 제품 조립까지 중국을 배제한 자립형 생태계를 북미 영토 내에 만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 롱지, 징코솔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강제노동 규제와 추가 관세 폭탄에 묶여 수출이 제한되는 사이 공급망 투명성을 무기로 내세운 국내 기업들은 북미 유틸리티 및 주택용 태양광 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발전소 대형 개발사들 입장에서도 향후 관세 소송 리스크나 공급 중단 우려가 없는 국내 태양광 업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과 장기 수익성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덤핑 물량으로 인한 무차별적인 시장 교란이 줄어들며 국내 태양광 업계가 제품 판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곧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미 USTR의 이번 관세 예고는 외형상 한국도 포함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공급망 청정도를 검증받은 국내 태양광 기업들에 강력한 지위를 부여하는 '탈중국 프리미엄 호재'에 가깝다"며 "중국 기업들이 무역 장벽에 막혀 가격 결정력을 잃어가는 틈을 타 국내 태양광 업계가 북미 친환경 인프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장기 성장 동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