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게임업계의 이용자 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텍스트 공지와 패치 노트에 의존하던 운영에서 벗어나 대표와 개발 총괄, 사업 책임자가 직접 라이브 방송에 나서 이용자와 대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비스 장애와 운영 논란이 흥행에 직결되는 환경에서 실시간 소통이 신뢰 회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창섭 넥슨 메이플스토리 디렉터가 메이플 나우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라이브 방송과 개발자 쇼케이스, 실시간 질의응답을 핵심 운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 불만이 커질 경우 공지문만 게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PD나 사업 책임자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장애 원인과 보상 방안, 업데이트 계획 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생중계가 일상화한 데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을 거치며 일방향 공지만으로는 이용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를 직면하는 자세"…개선 방향과 후속 대책 공유
대표적인 사례는 엔씨의 '아이온2'가 거론된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아이온2 출시 직후 접속 장애와 과금 논란이 불거지자 출시 15시간 만에 긴급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열었다. 방송에는 개발 PD와 사업실장이 직접 출연해 사과와 함께 개선 계획을 설명했다.
이후에도 회사는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며 업데이트 방향과 밸런스 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아이온2는 출시 이후 약 한 달 동안 8차례 공식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최근 논평에서 아이온2가 서비스 이후 현재까지 24회 이상 라이브 방송을 열고 개발진이 직접 이용자와 소통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2일 '쿠키런: 오븐스매시' 긴급 라이브 방송을 열고 조길현 대표와 이원영 공동 PD가 직접 출연해 최적화와 밸런스 문제를 사과했다. 회사는 방송을 통해 로딩 시간 단축과 그래픽 옵션 개선, 신고 기능 도입 등 후속 대책도 공개했다.
넥슨 역시 메이플스토리와 FC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디렉터와 사업 책임자가 직접 방송과 쇼케이스에 나서는 빈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이브 방송이 단순 홍보 수단을 넘어 서비스 안정화와 이용자 이탈 방어를 위한 운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저 피드백이 중요해"…실시간 소통 성과로 이어져
(사진 왼쪽부터) 소인섭 사업실장과 김남준 개발 PD가 엔씨 아이온2 첫 오프라인 간담회에 참석해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엔씨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실시간 소통이 실제 성과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논평을 통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엔씨의 아이온2,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소통이 흥행으로 이어진 사례로 꼽았다.
협회는 아이온2의 경우 개발진의 지속적인 라이브 방송과 피드백 반영이 이용자들의 자발적 응원 문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누적 멤버십 계정 150만 개, 출시 46일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배경에도 적극적인 소통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게임사들은 이를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게임 완성도가 경쟁력의 전부였다면 이제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느냐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 특성상 유저 피드백이 빠르게 수용되는 것이 경쟁 지표가 되는 만큼 라이브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부담도 적지 않다. 라이브 방송 한 차례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발언 하나가 커뮤니티 여론과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용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저들이 본인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콘텐츠인 만큼 게임 외에도 회사가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하는지를 함께 보고 있다"며 "투명한 소통 자체가 커뮤니티에서도 이슈가 되는 만큼 중요한 이벤트이자 경쟁 포인트가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