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1억원선 아래로 무너지며 연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시경제적 압박과 규제 불확실성 속에 글로벌 자금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타 자산군으로 대거 이동한 영향이다. 비트코인을 자산 가치의 중심에 뒀던 국내 코인 관련 상장사들까지 무더기 상장폐지라는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1억원선 아래로 무너지며 연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생성=Chat GPT
5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메트릭스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번 주에만 13% 하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과를 기록했다. 전날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 초 이후 약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억원선이 깨지며 9140만원선까지 밀려났다.
글로벌 시장의 자금 이탈세도 매섭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장 기간 유출 기록을 갈아치웠고, 총 운용자산 역시 지난달 1078억달러에서 828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번 급락세는 그동안 시장을 지탱하던 신뢰가 흔들린 점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최근 우선주 배당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각했다고 밝히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매각 규모 자체는 전체 보유량의 0.004%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절대 팔지 않겠다"던 경영진의 약속이 깨지자 24시간 동안 약 5억9400만달러 규모의 롱포지션(상승 배팅) 물량이 청산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구조법(클래리티법)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점도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은 사이 초과 유동성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미 증시의 AI 인프라와 반도체 섹터로 고스란히 이동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주 중심의 장세가 가상자산에 우호적이어야 함에도, 반도체 주식의 압도적인 수익률이 코인 시장의 자금을 완전히 빨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롭 긴스버그 울프리서치 연구원은 "지금 가상자산을 사는 대신 눈을 감고 반도체 주식을 사도 몇 주 만에 투자금이 2~3배가 될 수 있는데 누가 가상자산을 사겠느냐"고 지적했다.
더 큰 충격은 비트코인을 대거 매집해 자산 가치를 부양해 온 국내 '디지털자산 재무회사(DAT)' 상장사들로 번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AT 관련주로 분류되는 비트플래닛은 전날 장중 163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연초(4365원) 대비 무려 61.92% 폭락한 수치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시작해 지난해 국내 최초로 DAT를 선언했던 비트맥스 역시 상황은 같다. 비트맥스 주가는 연초(6811원) 대비 73.17% 급락한 1827원까지 추락하며 시가총액이 195억원 수준으로 토막 났다. 이들 기업은 코인 채굴이나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사들였으나, 비트코인 가치 하락과 연동돼 기업 펀더멘털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실정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한계기업 및 부실주 퇴출 기조는 이들 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다. 당국이 자본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오는 7월부터는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이 기존보다 높은 200억원으로 상향된다. 내년 1월부터는 300억원으로 추가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시총이 195억원까지 쪼그라든 비트맥스 등은 당장 두 달 뒤 시장에서 퇴출당할 실질적 위기에 놓인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본연의 사업 성과나 실질적인 영업이익 없이 가상자산 평가액에만 의존해 온 기업들은 자산 감소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면서 "시장 퇴출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