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컬리가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리테일 테크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입증한 만큼, 변화한 상황에 맞춰 다시 구체적인 IPO 로드맵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2025년 9월 서울 종로구 네이버스퀘어 종로에서 열린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1분기 거래액 1조891억 원, 매출 745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28.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2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77% 급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컬리는 주력 사업인 신선 및 뷰티 부문 성장과 판매자배송(3P), 풀필먼트서비스(FBK), 컬리N마트 등 사업 다각화가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뚜렷한 실적 개선 효과를 입증하면서, 컬리의 IPO 준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컬리는 지난 2022년 유니콘 특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와 적자폭 확대 등으로 몸값이 1조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에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컬리 기업가치는 최근 실적 개선이 반영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달 네이버를 대상으로 33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 주식은 보통주 49만8882주, 발행가는 주당 6만6148원으로 기업 가치 2조8000억 원을 인정 받았다. 지난 IPO 당시 기대했던 4조 원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2022년과 비교하면 시장 평가액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네이버의 컬리 지분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5%에서 6.2%로 높아졌다. 네이버는 컬리와 물류·이커머스 등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김슬아 컬리 대표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최근엔 AI 솔루션 기업 ‘원지랩스’를 신주발행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약 1% 수준의 신규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김 대표의 컬리 지분(약 5.7%)을 더하면 최대 주주인 홍콩 앵커에퀴티파트너스(약 13.45%)에 준하는 지분을 우군으로 두게 됐다.
지난 IPO 당시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야기했다. 현재 컬리는 홍콩 앵커에퀴티파트너스를 비롯해 힐하우스캐피탈·세콰이어캐피탈 등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 들의 합산 지분율이 과반을 넘는다. 외국계 자본 중심 지배 구조는 IPO 과정에서 거버넌스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잇달아 신주 발행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대하는 것도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컬리가 흑자 전환에도 IPO를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를 노리는 것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자체 물류망 확보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차별화 요소가 한층 중요해졌고, 소비자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 배송 품질이기 때문이다. 국내 다수 플랫폼이 여전히 셀러 중개 방식(오픈마켓)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 물류망을 운영할 경우 소싱부터 배송까지 '엔드 투 엔드'로 품질을 관리해 차별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전국 단위 자체 물류망 구축에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컬리가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에 국한된 '유통 기업'보다 리테일 전반을 아우르는 '테크 기업'으로 평가받는 쪽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사업 초기부터 리테일 전반에 걸쳐 소비자의 상품 선택을 돕는 플랫폼을 구상했던 만큼, 식품을 넘어 리테일 전반으로 확장이 용이하다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양질의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수많은 상품 중 엄선한 상품을 골라 제공하기 위한 쇼핑몰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면서 "처음 식품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당시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으로, 신선식품 유통이 가능해지면 나머지 상품의 유통은 훨씬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