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그룹과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협력을 한층 강화한다. 양사는 자율주행을 넘어 피지컬 AI(Physical AI·물리적 인공지능)와 로보틱스, AI 팩토리(인공지능 기반 제조공장)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전략적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동관 출입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 "지금이 현대차의 시간"…피지컬 AI 협력 확대
젠슨 황은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관계가 자율주행차를 넘어 로보택시와 다양한 형태의 자율 모빌리티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두 회사는 수년간 더욱 깊은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현대차는 제조와 모빌리티, 중공업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황 CEO는 현대차의 제조 경쟁력과 AI가 결합할 경우 피지컬 AI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의 역량과 인공지능이 만나면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라는 AI의 다음 진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이 현대차"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투어하는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두 사람은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안전성과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황 CEO는 "정 회장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형태의 모빌리티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틱스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황 CEO는 "현재 로보틱스는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 단계를 지나 산업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플랫폼을 제조 현장에 더욱 폭넓게 적용하고 확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새만금 AI 밸리·글로벌 AI 생태계 구축 논의
전북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AI 밸리 구상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새만금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AI와 로보틱스, 데이터센터를 접목한 미래 프로젝트 구상을 소개했다.
정 회장은 "새만금 프로젝트에 AI와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부분을 설명했고 엔비디아가 함께 참여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공유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CEO는 새만금을 'AI 밸리'로 표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에는 실리콘밸리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AI 밸리를 만들고 있다"며 "AI는 이 지역의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그 시작은 멋진 새만금 AI 밸리가 될 것"이라며 "정 회장이 새만금에 엔비디아를 짓도록 초청해 주셨는데, 저는 맛있는 바비큐 고기만 있다면 기꺼이 엔비디아를 짓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왼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투어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황 CEO는 한국 내 AI 연구센터 구축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과학과 수학, 컴퓨터공학뿐 아니라 AI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로보틱스와 AI가 결합하는 분야는 엔비디아가 연구센터를 구축하기에 매우 적합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재 한국의 AI 인프라는 연구자와 스타트업, 대기업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자동차가 공장에서 생산되듯 AI 역시 AI 팩토리에서 생산돼야 한다. 인간에게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로봇에게는 AI 팩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두 분야는 매우 큰 투자 영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양재사옥 달군 젠슨 황…"엔비디아는 현대차를 사랑한다"
회동에 앞서 진행된 양재사옥 로비 투어에서는 젠슨 황을 향한 임직원들의 뜨거운 환영이 이어졌다. 황 CEO는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화답,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젠슨 황을 보기 위해 몰려든 현대차 임직원./사진=김연지 기자
황 CEO는 수소충전로봇과 관수로봇, 보안·순찰용 로봇 스팟(Spot),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등을 둘러보며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직접 체험했다. 관람 내내 "어메이징(Amazing)", "뷰티풀(Beautiful)"을 연발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스팟이 영어로 출입증 확인을 요청하자 "그럼 제 신용카드를 드리겠다"고 농담을 건네 현장에 웃음을 안겼다. 또 PV5를 본 뒤에는 "귀엽다"고 평가하며 운전석에 직접 올라 내부를 살펴봤고, 모베드 시연을 관람한 뒤에는 "더 큰 버전으로 만들어 오프로드 차량에 적용하면 정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 방문해 현대차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8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왼쪽)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PV5 운전석에 탑승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아고라에서 진행된 즉석 연설에서는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을 향해 "AI의 다음 물결은 모빌리티와 피지컬 AI"라며 "지금이 바로 현대차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기업이자 모빌리티 전문가"라며 "여러분이 쌓아온 전문성과 AI가 결합하면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또 "정 회장과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이 놀라운 회사를 지키고 이끌어온 훌륭한 관리자이자 리더"라며 "여러분의 좋은 친구가 되고, 좋은 파트너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영광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큰 특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현대차를 사랑한다"고 외치자 현장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황 CEO가 임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금이 현대차의 시간"이라고 강조한 것은 단순한 덕담 이상의 의미로 읽힌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피지컬 AI 시대에서 현대차그룹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