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사업 다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주목하며 원료 내재화와 차세대 기술 결합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중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가 사업 다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제미나이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배터리 산업 중심 축이 전기차에서 ESS로 이동하는 역학 변화가 관측된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고 있는 반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글로벌 전력망 확충 수요가 맞물리며 글로벌 ESS 시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리튬이온 ESS 출하량은 195.5GWh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 주도의 대형 전력망용 사업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용과 상업용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밸류체인 생태계가 전방위적으로 팽창하는 양상이다.
이런 시장 구조 변화는 배터리 소재 업계에 근본적인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요구하는 요인이다. 기존 EV용 배터리는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에너지 밀도가 우선 과제였지만 ESS용 배터리는 대규모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해야 하는 만큼 장수명, 화재 안전성 등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소재 기업들 역시 ESS 맞춤형 라인 전환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 기술 고도화부터 공급망 자립까지…소재업계, ESS 맞춤형 체질개선
먼저 엔켐은 대규모 ESS 단지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히는 화재를 제어하고 장수명을 구현하기 위한 고성능 전해액 및 첨가제 개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전해액 기업으로서 미국과 유럽에 구축한 현지 생산 인프라를 가동해 북미 ESS 프로젝트 물량을 확대 중인 배터리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결속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소재사 중 한국,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 현지 생산 거점을 갖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하이니켈 중심의 양극재 생산 구조 뿐만 아니라 ESS용 LFP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리튬 등 핵심 광물 조달 능력을 활용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ESS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다지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 역시 ESS 수요를 겨냥해 LFP 양극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양산 조기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기술적 안정성을 높인 프리미엄 LFP 시장 진입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나아가 에코프로는 리튬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매장량이 풍부한 나트륨을 활용하는 나트륨이온배터리(SIB) 핵심 소재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리튬 자원에 편중된 기존 밸류체인 한계를 완화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원료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특정 고객사 및 하이니켈 제품에 치중됐던 기존 수익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ESS용 LFP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준공해 올해 3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글로벌 통상 규제에 부합하는 ESS 소재 밸류체인을 선제적으로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국 내 공급망 안보를 중시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정책 기조에 맞춰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함으로써 향후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소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정체가 장기화되는 현시점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ESS 시장은 소재 업계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국내 기업들이 원료 자립화를 통한 공급망 내재화와 화재 억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변화에 나선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체질 개선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