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위성통신 시대의 도래와 함께 6G로의 전환을 앞두고 통신망 경쟁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들은 5G SA(단독모드)와 AI 데이터센터(AIDC), 비지상망(NTN) 등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속도와 커버리지 중심이었던 경쟁은 점차 네트워크 구조와 연결 방식 경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최근 새롭게 짜인 '통신망 재편'과 AI 시대 통신망 경쟁의 변화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지상 기지국 중심으로 발전해 온 통신망 경쟁의 무대가 하늘로 넓어지고 있다.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D2C(Direct-to-Cell) 기술이 글로벌 통신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통신업계는 비지상망(NTN)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주목하는 모습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성통신 활용 사례는 항공과 해운, 전력, 공공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비롯한 위성통신 사업자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비지상망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 T모바일과 일본 KDDI 등은 스타링크 기반 서비스를 상용화했거나 확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향후 지원 서비스 범위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D2C는 별도의 안테나 없이 일반 스마트폰과 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기존 위성통신보다 이용 편의성을 높여 일반 스마트폰 이용자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통신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 산업 현장 넓히는 스타링크… 위성통신 활용 확대
국내에서는 아직 이동통신사 차원의 D2C 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지만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위성통신 도입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스타링크 기반 기내 인터넷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기내 인터넷 서비스 대비 더 빠르고 안정적인 연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공 통신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도 위성통신 활용이 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HMM, 팬오션 등은 선박 운항 효율성과 선원 복지 향상을 위해 위성 기반 통신망 도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육상 기지국 이용이 어려운 원양 항해 특성상 위성통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 분야에서도 도입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은 산악지 공사 현장과 재난 대응 환경에서 통신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타링크 시범 운영에 나섰다. 일부 소방기관 역시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비상 통신망 구축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위성통신이 과거처럼 특수 목적 장비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라 항공과 해운, 에너지, 공공안전 분야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난이나 통신 장애 발생 시 지상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프라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텔링크와 KT SAT 등 국내 사업자들도 스타링크 리셀링 사업에 참여하며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위성통신이 아직 대중 서비스 단계는 아니지만 산업 인프라 영역에서는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사업성은 의문… 그래도 외면하기 어려운 비지상망
반면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여전히 D2C 서비스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는 국토 면적이 좁고 LTE·5G 기지국 밀집도가 높아 위성통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간 지역이나 도서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에서 안정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업성 역시 변수다. 위성 사업자와의 협력 비용, 단말 지원, 주파수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재 국내 시장 규모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위성통신을 단순 수익성 관점만으로 바라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위성통신을 재난 대응과 국가 인프라, 차세대 통신망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최근 인도가 스타링크 상업 운영 승인 과정에서 보안 문제를 검토하고, 유럽연합(EU)이 자체 위성망 구축에 힘을 싣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단말 제조사들도 비지상망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8 미국 모델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 과정에서 협대역 비지상망(NB-NTN) 지원이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위성통신 기술이 향후 통신 인프라뿐 아니라 단말 생태계 전반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6G 시대에는 지상 기지국과 위성, 고고도 플랫폼(HAPS) 등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위성통신 경쟁이 향후 비지상망 역량 확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시장을 위주로 보면 위성통신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향후 6G와 NTN 시대를 고려할 때 관련 경험과 기술 역량을 어떻게 축적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5G SA를 중심으로 한 지상망 경쟁에 더해 위성통신과 비지상망 전략 역시 향후 통신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은 사업성과 수요를 둘러싼 신중론이 우세하지만, 통신망 경쟁의 범위가 점차 비지상망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국내 통신업계가 비지상망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