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홍샛별 기자]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격화와 호르무즈 해협 전면 폐쇄라는 초대형 지정학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장 초반의 패닉을 극복하며 기적적인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네 마녀의 날)을 맞아 수급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황 속에서 역대급 수출 호조와 하반기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전방 산업의 강력한 펀더멘털이 부각되며 지수를 끌어올린 결과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 격화와 호르무즈 해협 전면 폐쇄라는 초대형 지정학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장 초반의 패닉을 극복하며 기적적인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13포인트(0.43%) 오른 7763.95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 중동발 전면전 공포가 확산되며 4.30% 폭락한 7398.34까지 밀려나며 7400선마저 붕괴되기도 했으나,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홀로 2조78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 초반 쏟아진 매물 폭탄을 받아냈다. 반면 외국인은 1조4636억원, 기관은 756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대외 불확실성 고조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이후 첫 만기일을 맞은 현·선물 수급 꼬임 현상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졌으나 장 후반으로 갈수록 매도 강도는 완화됐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은 프리마켓과 장 초반의 폭락세를 딛고 극적인 반등을 이뤄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메모리 완판 및 실적 서프라이즈 전망이 힘을 받으며 전 거래일 대비 5만3000원(2.59%) 오른 2101000원에 마감했다. SK스퀘어(3.80%)와 삼성전자우(1.04%), 삼성물산(0.61%), HD현대중공업(0.78%)도 동반 상승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장 초반 급락세를 딛고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3500원(1.16%) 내린 29만9000원에 턱걸이했고, 삼성전기는 보합(0.00%)을 기록했다. 현대차(-0.83%)와 LG에너지솔루션(-0.26%), 삼성생명(-0.82%)은 소폭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45.30포인트(4.76%) 폭등한 996.93으로 장을 마치며 10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기관이 693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폭등을 견인한 반면, 외국인은 3601억원, 개인은 3497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에서는 반도체 장비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과 대형 제약·바이오주들이 폭발적인 랠리를 펼쳤다. 주성엔지니어링이 23.37% 폭등한 것을 비롯해 원익IPS(20.82%), 이오테크닉스(15.07%), 리노공업(7.31%) 등 반도체 주도주들이 일제히 지수를 하드캐리했다. 대형 바이오주인 알테오젠(10.16%)과 코오롱티슈진(3.21%), 에코프로(2.74%), 레인보우로보틱스(1.17%) 등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HLB(-2.27%)와 에코프로비엠(-0.12%)은 약세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날 증시의 드라마틱한 반전이 대외적 공포 속에서도 가려지지 않는 수출 펀더멘털과 반도체 업황의 압도적인 기초체력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6월 1~10일 수출은 전년 대비 약 86% 증가하며 역대 1위를 기록했다"며 "특히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 호조세가 두드러졌으며 증시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하반기 공급 부족 심화 전망이 대두되며 반등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하반기부터 AI 에이전트 시장이 클라우드 중심에서 엣지 디바이스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 D램 등 메모리 전 품목에 걸쳐 수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번 달 기준 메모리와 패키징 기판은 내년 물량까지 사실상 완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의 공급 부족은 단기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실적 상향과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동시에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요는 더 강해지고 공급은 더 부족해지는 구간에 진입한 만큼, AI 인프라 핵심 공급망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2분기 추정 영업이익 90조원, SK하이닉스의 69조원 등 실적 서프라이즈를 바탕으로 한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대외 자금 유출 경계감으로 장중 요동치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경계감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524.2원)보다 4.7원 오른 1528.9원에 장을 마쳤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