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서울과 비서울권 도시정비사업지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핵심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이어지는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잇단 무응찰 사태로 '시공사 유치전'에 나서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를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지방과 수도권 외곽 정비사업장에서는 시공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압구정5구역 재건축과 신반포19·25차 재건축 사업을 각각 수주했다. 두 사업지 모두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시공권의 향방이 결정됐다.
압구정과 신반포는 상반기 도시정비시장의 최대어로 꼽혀온 곳들이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신반포에서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대결을 펼쳤다.
하반기에도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를 둘러싼 수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목동과 여의도 등 서울 서부권 핵심 재건축 사업지가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일 목동신시가지 7단지 재건축 조합 창립총회 현장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 관계자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조합이 공식 출범한 직후부터 건설사들이 조합원들과 접점을 넓히며 존재감을 알리는 데 나선 것이다.
여의도에서도 대형 건설사 간 대결이 예고돼 있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목화아파트 재건축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등 대형사를 포함해 총 7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7월 9일로, 본격적인 수주 경쟁을 앞두고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반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정비사업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통상 정비사업 조합은 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 조건을 비교·검토한 뒤 더 유리한 제안을 제시한 건설사를 선정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건설사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해도 의미 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부산 사하구 당리1구역 재건축은 이달 두 차례 시공사 선정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참여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어 모두 유찰됐다. 같은 부산권의 하단2구역 역시 입찰 참여 업체가 전무해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경기 의정부 가능6구역 재개발은 지난 8일 첫 시공사 입찰이 무응찰로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우미건설, 쌍용건설, 두산건설, 반도건설, BS한양, 진흥기업, 자이에스앤디 등 7개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 참여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 강화를 꼽는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대출 규제 강화, 지방 미분양 적체 장기화 속에서 사업성이 검증된 곳에만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도시정비사업은 일반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인 만큼 분양 성과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가 고스란히 공사비 회수 등 사업 리스크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미분양 위험이 사실상 없고 분양 흥행이 담보되는 서울 핵심 입지 위주로 수주 전략을 짜고 있다.
분양시장 통계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179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미분양 물량은 1월 6만6576가구, 2월 6만6208가구, 3월 6만5283가구, 4월 6만5179가구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04가구로, 3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는 지방에서의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탓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은 4만7881가구로 전월 대비 2.6% 증가해 전체의 약 73%를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역시 85.3%가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은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면, 지방은 건설사들이 참여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서울 핵심 입지로 수주 경쟁이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