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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리스크에 환율 쇼크까지…석화업계, 원가 부담 이중고

입력 2026-06-14 09:59:30 | 수정 2026-06-14 10:05:48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중동 리스크가 국내 석유화학 업계 밸류체인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의 전장 통합 전략에 따른 유조선 피격 사건과 주요 해협 봉쇄 경고로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고심하던 국내 석화업계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시장 구조에 직면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동 리스크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가 상승에 직면했다. 사진은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 및 산업용 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공급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홍해 입구까지 동시 봉쇄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원유 수송로의 물리적 차단 우려가 극대화된 여파다. 여기에 대이란 해상 봉쇄 작전 과정에서 유조선 피격으로 인한 선원 사망 사고까지 발생해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같은 대외 악재 결합은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석화업계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나프타 등 원재료 매입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해운·물류 업계가 희망봉 우회 노선 채택에 따른 운임 상승으로 반사이익을 모색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석화업계는 '비용 인플레이션'의 독박을 쓰는 역학 구조가 형성됐다.

◆ 원가 폭등…제품 믹스 최적화 사활

국내 석화업계는 이같은 고유가·고환율 이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친환경 화학 소재 위주로 제품 믹스를 최적화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전방 산업 침체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을 무리하게 유지하기 보다는 고마진 특수 플라스틱(반도체 소재 등) 라인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꾀하는 전략이다.

실제로 가전·건설 등 전방 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 능력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기존 범용 라인의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기거나 가동률을 유연하게 하향 조절하는 등 철저한 내실 경영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스프레드 격차를 고부가가치 전문 제품군의 판매 비중 확대로 상쇄하겠다는 복안이다.

제품 믹스 고도화 전략은 단기적인 실적 반등보다는 재무 구조의 급격한 악화를 막아내는 하방 경직성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탄소 규제 및 친환경 밸류체인 재편 흐름과 맞물려 재생 플라스틱 등 고부가 영역에서의 고정비 상쇄 효과를 노리는 우회로를 다지는 셈이다.

◆ 원유 도입선 다변화…공급망 체질 개선 과제

결국 장기적인 가격 결정력의 회복은 중동 리스크에 종속된 원원료 조달 구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다변화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안보 정책과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상존하는 한, 특정 지역에 쏠린 원유 도입 가치사슬은 언제든 기업의 명줄을 쥐고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미국산 셰일오일이나 아시아·남미 등 비중동계 원유 및 나프타 도입 비중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디리스킹(위험 분산)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자국 중심의 안보 장벽과 기술 공급망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국내 석화사들 역시 공급망 순도를 입증해야 하는 거시적 과제를 안게 됐다. 원료 조달 단계에서부터 지정학적 노출도를 낮추는 다변화 셈법을 안착시키지 못하면 향후 마진 방어 체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동발 해상 봉쇄 위기와 유가·환율 쇼크는 국내 화학사들의 단기 손익 흐름을 무겁게 짓누르는 하방 압력인 것이 사실"이라며 "전방 시장의 수요 둔화 여파가 지속되는 만큼 무리한 외형 확장이나 가동률 경쟁을 지양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체질 개선과 원료 도입선 디리스킹을 완성하는 내실 경영이 선행돼야 이 구조적 터널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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