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공영방송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인권 의식을 향해 날카로운 풍자의 칼날을 겨눴다. 단순한 슬랩스틱이나 말장난 위주의 웃음을 넘어,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는 정통 시사 풍자 개그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KBS2 ‘개그콘서트’ 제작진에 따르면, 14일 밤 방송되는 회차에서 인기 코너 ‘낭만의 시대’는 기존의 학교 배경을 벗어나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조명하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그간 과거와 현재의 학교 문화를 비교하며 웃음을 주었던 코너가 이제는 사회적 현상과 사건을 다루는 본격적인 풍자 전면에 나선 셈이다.
이날 ‘낭만의 시대’가 정조준한 사회적 쟁점은 바로 ‘가해자의 인권 과보호’ 문제. 코너에서는 대형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숨긴 채 취재진 앞에 서는 현실의 익숙한 풍경을 무대 위로 소환한다.
14일 밤 방송될 KBS '개그콘서트'의 '낭만의 시대'에서 범죄자에 대한 과도한 인권 보호를 풍자하는 내용이 소개된다. /사진=KBS '개그콘서트' 제공
범죄 사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씻을 수 없는 아픔이나 국민의 알 권리보다, 가해자의 신상과 인권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는 현 사법 체계와 사회적 기류를 그대로 투영했다.
특히 코너는 가해자의 인권을 지나치게 존중한 나머지, 미래의 경찰서 앞에 포토라인 대신 화려한 ‘레드카펫’이 깔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범죄자가 마치 영웅이나 스타처럼 대접받는 황당한 미래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소와 쓴맛 가득한 경종을 울릴 예정이다.
극단적 대비를 통해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그콘서트’의 시도는 최근 흉악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 기준이나 피해자 구제 대책을 둘러싸고 사회적 공분이 지속되는 상황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웃음의 장치 뒤에 숨겨진 뼈아픈 사이다 반전은 우리 사회가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사회적 고발 기능을 장착한 ‘개그콘서트’는 오늘 밤 10시 40분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