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적 티켓 파워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으나,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차가운 외면을 받으며 체면을 구겼다.
외계 생명체를 둘러싼 정부의 비밀 프로젝트를 그린 스필버그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가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에서는 개봉 첫 주말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며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연예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개봉 사흘 만에 북미에서 4400만 달러(약 666억 원), 해외 73개국에서 4890만 달러의 수입을 각각 올리며 개봉 첫 주말에만 전 세계에서 총 9290만 달러(약 1400억 원)가 넘는 메가 히트급 흥행 수입을 거둬들였다.
개봉 첫 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디스클러저 데이'가 유독 한국 팬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압도적인 수치로 사흘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영국, 멕시코, 중국, 프랑스 등지에서도 박스오피스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스필버그 감독의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제작비 1억 1,500만 달러와 마케팅비 8,000만 달러가 투입되어 손익분기점이 약 3억 달러로 책정된 만큼, 글로벌 전역에서 불어오는 흥행 훈풍은 손익분기점 돌파를 향한 청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 세계적인 축제 분위기와 달리 한국 극장가에서의 성적은 잔혹하다 못해 참패에 가깝다. 국내 개봉 첫 주 ‘디스클로저 데이’가 동원한 누적 관객 수는 겨우 19만 4000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는 동시기 경쟁작들은 물론, 상대적으로 제작비 규모가 작은 저예산 장르 영화 ‘백룸’의 화력마저 넘지 못하고 4위라는 굴욕적인 성적에 그쳤다. 전 세계 관객들이 스필버그가 창조한 외계 미스터리에 열광하는 동안, 한국 관객들은 철저하게 스크린을 외면한 셈이다.
이러한 유독 심한 한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국내 관객들의 독특한 영화 소비 성향과 장르적 기대감의 불일치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관객들은 ‘미지와의 조우’나 ‘이티(E.T.)’ 같은 스필버그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과 경이로운 감성을 기대했으나, 이번 신작은 정부 기관과의 대립과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무거운 스릴러 기조를 띤다. 복잡한 서사와 심리적 긴장감 위주로 흘러가는 전개가 최근 빠르고 명쾌한 ‘사이다형’ 전개와 확실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선호하는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내 관객들의 생생한 관람 평이 반영되는 CGV 에그지수가 75%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에 머물며 초기 입소문 대결에서 완전히 밀려난 점도 치명타가 됐다.
다만 ‘디스클로저 데이’의 한국 시장 잔혹사가 이대로 막을 내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북미 시장에서 사흘 연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장기 흥행 발판을 마련했고, “우리가 우주에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스필버그 감독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글로벌 관객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화제성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발 흥행 신드롬과 스필버그라는 거장의 이름값이 가진 무게감이 국내 클래식 시네필과 장르물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한다면, 성수기 극장가의 틈새를 노린 극적인 역주행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