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내놓은 부동산 정책을 보면 이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며 ‘착공’을 앞세운 공급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그 집을 현실로 만들 건설산업에는 단속과 책임, 제재의 신호가 먼저 도착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불법하도급 신고포상금 상한을 없애고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면계약과 무등록 시공, 재하도급이 현장의 안전과 품질, 근로조건을 해쳐 온 만큼 불법하도급 근절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제재 강화의 당위와 별개로 정부가 던지는 정책 신호는 한쪽으로 기울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신규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인허가 물량이 아니라 실제 착공을 기준으로 공급을 관리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집을 실제로 짓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다만 그 착공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은 선명하지 않다. 땅을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앞당긴다고 해서 아파트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설계도면을 현장으로 옮기고 골조를 세우며 전기와 설비, 마감 공정을 맡을 건설사와 전문업체, 기능인력이 남아 있어야 한다.
건설현장을 향한 정부 대응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불법하도급 단속 강화에 더해 정부는 반복 사망사고 기업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 건설사 등록말소 요청,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과 공정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책임을 묻는 장치가 정교해지는 속도만큼, 그 책임을 감당할 산업 기반을 보강하는 대책이 현장에 닿고 있느냐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 부담, 공기 압박, 숙련 인력 이탈은 여전히 현장과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더 안전하게 짓고, 더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더 많은 집까지 지으라는 요구에는 그 비용과 시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답도 따라야 한다.
현장의 경고음은 이미 숫자로 드러난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1년인 202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건설업체 폐업 신고는 3895건으로 직전 1년보다 286건, 7.9% 늘었다.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는 677건에서 689건으로 12건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문건설업은 2932건에서 3206건으로 274건 늘었다. 전체 증가분 대부분이 전문건설업체에서 나온 셈이다.
전문건설업체는 철근과 골조, 전기와 설비, 방수와 마감까지 실제 현장 공정을 맡는 공급의 가장 아래층이다. 불법을 바로잡겠다며 단속의 칼끝을 겨눈 하도급 현장에서, 정작 실제 공정을 맡는 전문업체들의 이탈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은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물론 폐업 신고 증가를 현 정부 정책 탓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누적돼 온 문제다. 그렇기에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지금, 약해진 건설산업의 체력을 복원할 방안이 더 절실하다.
주택공급은 발표자료나 인허가 문서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공사를 맡을 업체가 수주를 이어가고, 숙련 인력이 떠나지 않으며, 안전을 위한 비용과 시간이 계약 구조 안에 반영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정부라면 집값과 공급 물량만 관리할 일이 아니다. 그 집을 지을 산업이 수주를 포기하지 않고, 전문업체와 기능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적정공사비와 적정공기, 금융과 인력의 조건까지 함께 세워야 한다. 건설이 떠나는 구조를 방치한 채 공급만 외친다면, 135만가구 착공은 결국 정부가 관리할 또 하나의 숫자에 그칠 수 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