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일본이 유럽 방산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K-방산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한국 방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납기와 기술 경쟁력, 가격 경쟁력 등 기존 강점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이 방산 수출에 나서면서 K-방산에도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모습./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글로벌 전투기 프로그램(GCAP)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협력을 재확인하고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단순 전투기 개발을 넘어 기술 협력, 산업 통합, 장기적인 전략적 협력까지 포괄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영국 BAE 시스템즈, 이탈리아 레오나르가 참여한다.
해외 국가들과의 기술 동맹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도 방산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방산을 AI(인공지능), 반도체 등과 함께 17대 전략 분야로 정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무기 수출을 담당할 새로운 조직 설립도 추진하면서 방산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살상 능력을 갖춘 방산 완제품도 수출 제한을 폐지한 뒤 나온 후속 조치로, 향후 일본 방산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K-방산, 가성비·신뢰도 면에서 일본에 판정승
국내 방산업계 내에서도 일본의 방산 육성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산 협력 확대와 수출 제한 완화 등 정책 변화가 글로벌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움직임이 단기간에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수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꼽힌다. 일본은 그동안 호위함에서 수주 성과가 있었으나 실제 무기체계 수출 실적은 한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무기체계 도입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수출국의 과거 납품 실적과 운용 사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만큼, 풍부한 수출 실적과 실전 운용 경험을 축적한 K-방산의 경쟁 우위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일본 무기체계는 단가가 높아 최근 가성비를 중시하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은 물론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주 실적을 쌓아왔으며, 가성비 높은 무기체계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K2 전차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다수 국가에 납품하면서 신뢰도를 쌓아왔다”며 “일본도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수출 이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위협 요인…“원팀 전략 필요해”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이 위협적인 경쟁 상대로 올라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 방산 레이더, 전자전 장비, 첨단 소재 등 기술력에서는 높은 수준을 확보한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지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정부개발원조(ODA)나 파격적인 정책 금융 지원을 결합해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할 경우 K-방산이 주도하던 시장과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유럽과의 협력 확대는 일본이 부족한 수출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완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공동 개발 사업을 통해 접점을 늘리고 국제 공급망에 편입될 경우 시장 진입장벽을 낮출 수도 있다.
결국 업계 내에서는 K-방산이 현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빠른 납기와 가성비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고도화와 현지 생산 확대, 후속 군수지원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든든한 ‘세일즈 외교’와 방산 금융 지원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 수출은 국가 간 신뢰와 외교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민·관·군이 협력해 대응할 때 일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기술력과 정부 지원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우리나라도 방산업체들의 기술 혁신과 정부의 외교 지원을 하나로 묶은 원팀 전략을 통해 신규 시장을 선점해야 일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